아무 일 없다
언젠가부터 내 방안 책상 앞에
이런 말이 적혀 있습니다.
"'나'도 없고, '내가 하는 것'도 없다."
"아무 일 없다."
아무 일 없는 줄 알아야지요.
내가 없고 내가 하는 것도
다 없는 것인 줄 바로 알아야 합니다.
세상은 텅 비어 그저 여여한 공(空)일 뿐입니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 일도 일어난 일 없단 말입니다.
태어난 것도 없고
일어난 일도 없고 아무것도,
아무 일도 없다는 말이지요.
허공이요, 공일 뿐입니다.
공은 텅 비어 있으므로
도리어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아무 일도 없는
공의 세계는 다만 '인연'을 따라
꿈처럼, 환영처럼, 신기루처럼
일어나고 사라질 뿐입니다.
인연이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에요.
꿈이고 신기루일 뿐입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존재하는 '나'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연 따라 신기루처럼
잠시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고,
'내가 하는 일'이란 것 또한
인연 따라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일 뿐이지요.
그야말로 허공 속에
피지 않고 피운 꽃망울,
허공 꽃일 뿐입니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 일도 없는 것입니다.
아무리 '내'가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공의 세계, 진리의 세계에서는
처음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고
여전히 아무도, 아무일도 없는 것일 뿐입니다.
순간 순간 '아무 일 없다'를 관하세요.
그것이 법계관(法界觀)입니다.
법계는 언제고 아무 일 없기 때문이지요.
지금 무슨 고민이 있으신가요?
아니오. 아무 일도 없습니다.
고민할 '나'도 없고,
내가 해야 할 '고민'도 없습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고
지금 이 순간도
여전히 아무 일 없을 뿐입니다.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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