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뜨기와 가라앉기
사람 사는 모습을 보면
참 복잡한 일이 많기도 합니다.
정신없고 분주하고 들떠 있고
그러다가 또 축 처지고 나른하고 공허하고...
혼침(昏沈) 아니면 도거(掉擧),
그 양극단으로 마음이 많이 쏠리는 듯합니다.
혼침이란,
마음을 가라앉게 하고 혼미하게 하며
축 처져 있는 의욕이 사라진 마음 상태입니다.
도거란,
마음이 들뜨고 소란스러워 흥분되어 있는
그런 마음 상태를 이릅니다.
수행자는 이 두 가지 극단의 마음을
잘 조복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늘 들떠 있으면, 마음을 관할 수 없게 되며,
나를 놓치고 살기 쉽고,
또한 가벼워지기에 일을 그르치기 쉽습니다.
늘 처져 있으면 허무주의에 빠져
세상 모든 것이 우울해지거나,
마음이 너무 무거워 또한 일을 그르치기 쉽습니다.
혼침과 도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린 참으로 이 두 가지에 많이 빠져 지냅니다.
이를 테면 선술집 같은 데서 마음이 떠 놀다가
이내 집으로 돌아오면 괜히 마음이 외로워지고
공허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들뜨기 아니면 가라앉기 그 사이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왔다갔다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참된 수행자는 그 양극단 어디에도
마음을 빼앗기는 일이 없습니다.
어느 마음도 고정된 실체가 없는
마음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잠시 그럴 법한 인연이 모여
들뜨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하는 것임을,
신기루와 같고 환영과 같고
꿈과 같은 현상임을 잘 알고
현명하고 밝게 대처해 나갑니다.
하루 생활 가운데 얼마만큼
들뜨기와 가라앉기로
마음을 내몰고 있는가를
관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중도,
여여하고 여일한 마음,
순일한 마음,
부처님 마음을 연습하시길 빕니다.
들뜨는 마음도 불안하고
가라앉는 마음도 불안합니다.
오직 여여(如如)한 마음 그 마음이
우리의 내면을 바로 깨어 있게 해 줍니다.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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