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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시 / 이해인

덕 산 2025. 5. 1. 06:26

 

 

 

 

 

5월의 시 / 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 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오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오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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