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讚 / 복효근
가령
이렇게 섬진강 푸른 물이 꿈틀대고 흐르고
또 철길이 강을 따라 아득히 사라지고
바람조차 애무하듯 대숲을 살랑이는데
지금
이 강언덕에 매화가 피지 않았다고 하자
그것은, 매화만 홀로 피어있고
저 강과 대숲과 저 산들이 없는 것과 무에 다를 거냐
그러니까 이 매화 한 송이는
저 산 하나와 그 무게가 같고
그 향기는 저 강 깊이와 같은 것이어서
그냥 매화가 피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어머, 산이 하나 피었네!
강 한 송이가 피었구나! 할 일이다
내가 추위 탓하며 이불 속에서 불알이나 주무르고 있을 적에
이것은 시린 별빛과 눈맞춤하며
어떤 빛깔로 피어나야 하는지와
어떤 향기로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고 연습했을진대
어머, 별 한 송이가 피었네! 놀랄 일이다
벙긋거릴 때마다
어디 깊은 하늘의 비밀한 소식처럼이나 향그로운 그것을
공짜로 흠흠 냄새 맡을 양이면
없는 기억까지를 다 뒤져서 늘어놓고
조금은 만들어서라도 더 뉘우치며
오늘 이 강변에서
갓 핀 매화처럼은 으쓱 높아볼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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