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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 안도현

덕 산 2025. 2. 27. 06:53

 

 

 

 

 

봄밤 / 안도현 

 

​저녁밥 일찌감치 먹고

마당가에 내려섰더니

난데없이 겨드랑이가 자꾸 가려워오는 것이었다

주뼛주뼛하다가 당최 참을 수 없어서

긁어대다 보니 어라, 내 몸에서

무엇이 군시렁군시렁거리며 돋아나기 시작하는데

가만히 보니

살구꽃이었다

날은 어두워오는데

살구나무는 무장무장 부풀어오르는데

식구들이 나를 찾을 것 같으니

꽃도 좋지만 나 이제 꽃 그만 피울란다, 생각하는데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나 이렇게 온몸에 꽃을 매달고 서 있는데

나를 보지 못하고

싸가지 없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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