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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 정민기

덕 산 2025. 1. 22. 06:31

 

 

 

 

 

구정 / 정민기

 귀향길에 오른 철새들의 날갯짓
 시린 하늘 물에 놀라서 펄럭거리고 있다
 할 일 없이 그냥 하늘가에 서서
 우화처럼 그가 해를 던져 물수제비뜬다
 햇살 꽃 활짝 피어 꿈인 듯 어리둥절해
 두 사람은 흘러가는 세월 반주 삼아 노래 부른다
 지친 듯 차가운 후렴은 훌쩍 떠나가고
 오랜만이라서 잘못 든 골목길에 가로등처럼 서서
 아직 빛이 없어 어두운 눈동자를 굴리고 있다
 한숨 섞인 입 모여드니 온기가 전해지고
 어느새 미지근한 그리움 한 장 낙엽처럼 바스락거린다
 빈 마음이라도 덜컹거리며 굴러가는 바퀴 같으니
 잔칫날처럼 참새들의 집은 밤늦도록 시끌벅적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처음 마주한 떡국 한 그릇,
 겨울 햇빛 받아놓기가 바쁘게 구멍이 난 듯
 새어 나가는 바람에 다시 줄다리기하듯 끌어당기고 있다
 털실 뭉치로 만든 것 같은 눈사람이 마중 나온
 고향 가는 길목마다
 낙엽들의 환호성이 바스락바스락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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