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급발진? 운전부주의?(중)

덕 산 2024. 7. 8. 09:04

 

 

 

 

 

급발진? 운전부주의?(중) 

 

오병규 2024-07-05 15:56:20

 

이런저런 게시판에 잡썰을 많이 올리다 보니 가끔 어떤 분들은 나 더러 정계에 진출해 보는 게 어떠냐고 하신다. 정말 거짓 없이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러고 싶다. 그것도 월급이니 세비니 안 받고 정치를 하고 싶다. 또 다른 솔직함을 표현하라면 기성 정치인이라는 놈(년)들보다 열 배는 잘 할 수 있고 자신 있다. 아니한 말로 내 발가락으로 정치를 해도 그것들 보다 훨씬 잘 할 수 있다. 나의 가장 큰 무기는 무급(無給)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 점만 하더라도 벌써 내가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 정치인들 중 무급을 주장하는 놈(년) 하나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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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어머나~! 흥분해서 별 소릴 다 했다. ‘급발진? 운전부주의?’의에 대한 썰을 풀다가 완전히 삼천포로 빠졌다(삼천포 양반들 이 소리를 제일 끔찍이 싫어 하신다던데 어쩔 수 없다. 이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니까). 암튼 나의 정치계 입문과 이번 썰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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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운전면허 취득한 게 내년이면 40년이다.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이 기간 동안 무사고다. 단 한 번의 사고도 낸 적이 없다. 딱 한 번 좁은 골목길을 지나다 내 스스로 내 차에게 찰과상을 입힌 사실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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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나의 운전습관이다. 90년대 초중반까지 차량을 과속으로 몰다가 소위 말하는 사이드카 즉 교통경찰에 속도위반으로 걸리면 면허증 뒤에 늘 만 원짜리 지폐를 접어두었다 면허증과 함께 내밀면“좀 천천히 다니십쇼~! 안전운행 하시고요~!”라며 거수경례까지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고속도로. 국도 또는 일반도로에 과속 카메라가 감시를 한 이후 과속딱지를 받은 게 진짜 거짓말 안 보태고 200장은 넘을 것이다. 이 모두가 전과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나의 이런 과속행태를 물고 널어질 상대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정계 진출을 포기한 상태다. 또 나이 70~... 먹은 놈이 정가에 어슬렁거리기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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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 딱지는 100% 오로지 과속 즉 속도위반 딱지다. 신호위반을 비롯한 찌질한 딱지는 결코 없다. 차를 차고에 넣고 현관문을 들어서며 늘 반성을 한다. 내일부터는 정말 과속하지 말아야지 어떤 놈이 시비를 걸더라도 그냥 보내주고 경쟁을 절대 하지 말아야지... 하는 반성과 더불어 다짐을 한다. 그러나 운전대만 잡으면 어제의 아니 좀 전의 반성과 맹세는 철새처럼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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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한 개인의 생활습관 루틴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그토록 맹세와 반성을 반복하면서 고쳐지지 않는 버르장머리. 한 때는 나의 운전습관 때문에 아내와 크게 다투기도 또 심한 경우 찢어지네 마네 할 정도로 부부싸움이 잦았다. 그 덕분에 지금도 아내가 내 차를 탈 경우 무조건 뒷좌석으로 자동적으로 간다. 졸지에 아내의 운전사로 전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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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어쩌면 이곳 페친(페친이라기 보다는 이미 다른 게시판의 동지)중에 몇 분은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 보신 분도 계신다. 부산에서 서울을 오며 200km 내외 광속으로 달린 것 하며, 지금 살고 있는 이 산골마을의 주민 여러분도 내 차를 한 번 탄 경험이 있는 분들은 두 번은 내 차를 안 타려고 한다. 물론 학교 동창들 중에도 절대 내 차는 안 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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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나는 서울 집과 이곳을 오갈 때 주로 한 밤중 아니면 새벽을 선호한다. 물론 차량이 드물 때를 이용하여 스피드를 즐기기 위함이다. 이곳에서 서울 종로 평창동까지 1시간 5분~10분이면 오가는 것이다. 어떨 땐 1시간 안에 도착해 보겠다고 용을 쓴 적도 있지만 1시간 내에 주파한 적은 없다. 특히 내가 운전하는 동안은 어느 누구도 나를 추월하면 절대 용서(?)를 않는다. 아니 져서는 안 된다. 자랑하려는 게 아니다. 아직 누구에게도 추월을 준 적이 없다. 이런 즉 아내도 친구도 누구도 내 차를 한 번 경험한 사람은 절대 안 타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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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것은 내 스스로 인지하면서도 운전대만 잡으면 광분(狂奔)하는 미친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어쩌면 운전하는 동안 나는 지킬박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 버릇을 이 미친 증세를 어찌하면 고칠 수 있을까? 내일 모레 글피면 80살이 되가는 늙은 놈의 운전 행태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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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가끔 아내는 내게 그런 말을 한다. “자기는 택시운전을 했으면 더 성공 했을 거 같아”, 비꼬는 게 아니라 진심인 거 같다. 그래서 나는“그 게 자기의 한계야~! 왜 택시 운전사로만 성공 해!? 카레이싱 선수는 안 되고?”. 사실이다 지금도 불쑥 불쑥 카레이싱을 배우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리고 멋지게 데뷔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런 얘기를 하면 아내는 다시“죽으려면 무슨 짓을...ㅉ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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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나는 전생에 카레이싱 선수가 아니었을까? 아무튼 모든 결론은 내일 내리기로 하자.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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