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익는 여름의 첫사랑 / 김진문
청포도 익어가는
따가운 여름햇살에
파란 두 마음이 하나되어
그윽한 포도향기에 파묻혀
손에 손잡고 무르익던 첫사랑
청포도 익어가는
고향들녘에 내리는 소낙비
일곱색깔 무지개 동산에 걸리는 날
가슴이 하얗게 떨려옴을 삭히지 못한 채
소매자락 붙잡고 사랑을 고백했었지
청포도 익는 여름
그대가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어도
설레이는 가슴은 하냥 텅빈 것 같아
수시로 일어나는 그리움 접어 두었다가
한량없이 쏟아부은 사랑가슴 잘게 부수었더니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여울목이었네
청포도 익는 여름
붉은 노을 산그늘 지기 전에 만나자던 그 동산엔
먼저 와 있는 내 긴 그림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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