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추억 / 정상화(鄭相和)
손바닥만 한 하늘을 이고 사는
배내골 사람들
가난의 귀퉁이를 잘라 밀주를
빗는다
꼬두밥에 누룩 비벼
일주일 지나면 김도 나지 않는
술독은 끓어 올라 걸쭉한
농주가 되어갈 때쯤
단속반 마을을 발칵 뒤집고
술독을 인 아낙들 산으로
들로 흩어지고 어무이는 집 뒤
대밭으로 숨겼는데
말을 막 시작한 동생
"술단지 내 노소"
단속반 흉내에 밀주는 빼앗기고
어무이, 소리 없는 흐느낌
지게 벗은 아부지
목 축일 농주 대신 냉수를 벌컥이며
가난의 탈출구를 그리시고
눈치만 살피다가
배고픔 생감자로 달래며
멍석 위에 누워 어른 되는 꿈으로
별빛 따라 잠든 그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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