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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 이도연

덕 산 2024. 6. 18. 08:21

 

 

 

 

 

열대야 / 이도연

 

산다는 것은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것

무르 익은 팔월 하늘의 반란으로 쏟아지는 송곳 같은 햇볕이

공평하게 메마른 대지를 달구고 있다

 

누군가는 번쩍이는 빌딩에서 쾌적하게 인공의 바람을 위한

리모컨의 동작 원리를 익히며 삶의 질을 높인다

 

바람이 분다

그래도 그런 날은 행복하지,

흐린 날씨가 위안이 되는 날에도 고비사막의 기억은 흙바람을 일으킨다

 

드넓은 광야의 모래바람이 일거나

정오의 가시 돋친 뜨거운 햇살이 염부의 손끝에서 익어 가는 투박한 소금처럼

뜨거운 햇살에 폭염이라는 이름으로 말라간다

 

사람은 뜨거운 태양의 그림자를 돌아누워

밀려오는 잔물결을 달구는 햇살이 바람으로 빈들을 밀어내며

늙은 강 하구의 지난여름 춤추던 가을의 껍질을 바라본다

 

잠 못 이루는 상념의 밤

세월이라는 당신의 얼굴을 그리다 지우고 또 지우며 밤잠을 설친다

 

내일도 뜨거운 태양이 가마솥더위를 예고하듯 폭풍 전야에 저 홀로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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