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결혼 58주년.

덕 산 2024. 6. 1. 10:22

 

 

 

 

 

결혼 58주년. 

 

박천복 2024-05-27 07:46:35

 

생판 남남인 남자와 여자가 결혼으로 결합해

58 년을 함께 살았으니 정말 긴 세월이 아닐 수 없다 .

이제는 표정 , 음성 , 작은동작만 으로도 서로가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지경에까지 와 있는 셈이다 .

어느덧 내가  88 세 , 아내가  83 세의 최고령층 노인세대가 됐다 .

노인과 전문의들이 말하는 ‘건강한 노인 ’의 정의가 있다 .

‘자기의 일상생활을 남의 도움없이 스스로 영위할수 있으면

건강한 노인이다 .‘ 가 그것이다 .

지금 우리부부는 최고령층의 노인들 이지만

그 누구의 도움도없이 스스로 자기의 일상을 살 정도로 건강하다 .

노인일반이 가지고있는 지병도 없다 .

그래서 늘 감사하면서 검소하게 살고 있다 .

우리는 노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로 살고있기도 하다 .

섭리에 순종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의미다 .

 

우리의 노년생활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생긴건 나 때문이었다 .

나는 반평생을 꾸준히 걷기운동을 해 왔다 .

85 세까지는 , 60 분에  6 키로를 문제없이 빨리 걸었는데

86 세가 되자 갑자기 노쇠현상이 나타났고 근력과 함께 다리의 힘이 빠졌다 .

더는 전같이 걸을수가 없었다 .

그렇다면 집에만 앉아있을 것인가 .

그건 노인에겐 아주 위험한 환경이다 .

그래서 생각해낸게  ‘강제외출 ’ 이었다 .

노인복지관에 나가기로 결정하고 회원등록을 한후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복지관을 다녀온다 .

왕복  40 여분에  4 천여보를 걷게되며 노인에게는 적당한 거리다 .

따라서 점심식사는 복지관의 경로식당을 이용한다 .

시설과 주방요원 , 영양사가 시의 직원이기에  3000 원의 식대는

모두 식재료 구입에 사용하며 한끼 750 칼로리를 기준하는 메뉴는 정말 먹을만 하다 .

여럿이 함께 식사하니 기분도 아주좋다 .

복지관은  52 가지 교육프로그램을 운용하며 하루  1.000 여명이 드나들고 있다 .

식당의 식수인원도  500 여명 , 생각보다 큰 규모다 .

 

 

 

 

 

 

 

아내는 이 프로그램중

사진반 ,기타반 ,중국어반 ,가요반 ,합창반에등록 ,

정말 바쁘게 지내고있으며 거의 하루를 복지관에서 지낸다 .

나는 스마트폰 활용반에만 등록했고 ,

집에서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점심식사후 돌아온다 .

한편 ,

아내는 국전 ,구상부문에 입선경력의 현역화가다 .

대한미협 정회원이며 , 수채화협회 이사이기도 하다 .

지금도 차를 직접 운전하고 다니며

차에는 화구들과 악기가 언제나 실려있다 .

내가 집에서 하는일중 중심은 독서와 글쓰기 , 그리고 악기다 .

특히 평생학문인  ‘문화사 ’ 공부를 계속하고 있으며

블로그에 올릴 글도 매주 한편씩 쓰고 있다 .

글쓰기는 시간도 많이걸리고 노력도 많이드는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다 .

그리고 우리 부부는 각기 자기의 악기가 있다 .

아내는 우크렐레와 기타 , 나는 목관 클라리넷과 첼로를 가지고 있다 .

악기를 다루게 되면 몸과 마음을 악기에 집중해야하며

시각 ,청각 ,촉각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

이는 치매예방에 최적의 기능들 이기도 하다 .

그래서 친구들에게 악기 한가지를 하라고 계속 권하고있기도 하다 .

 

신혼초에는 열정적인 사랑이 그 중심에 있었고 ,

애기가 태어나자 우리의 생활중심은 육아가 되었으며

어린남매를 기르면서 다섯번정도 전셋집을 옮겨다녔었다 .

부모님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회사 사우회에서 대출을받아

처음으로  18 평의 연탄아파트를 구입했다 .

아내는 손바닥만한 부엌을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쓸고닦았다 .

처음마련한  ‘내집 ’ 에 대한 애착은 그렇게 컸다 .

냉장고와 세탁기를 사 들이면서 생활은 자리잡았다 .

한때는 마당이  60 평되는 단독주택에서 진돗개 삼대를 길렀으며

애들이 장성했을때는  54 평 아파트에 살았다 .

애들이 출가하고 , 내가 정년퇴직한후 지금의  32 평아파트에

노년의 거처를 정했고 , 각자 자기일에 충실한 노년기를 보내고 있다 . 

나는 말도많은  ‘삼식이 ’ 가 되지않기위해 아내와 합의해서

한주의 사흘은 내가 한식 (주로죽 )으로 아침을 준비하고

나흘은 아내가 양식으로준비 , 균형있는 식사를 하고 있다 .

점심은 복지관에서 하고 저녁은 각자도생이다 .

 

부부란 ,

처음에는 열정적인 애인이고

애들을 낳아기르면서 상대를 깊이파악 , 배려하는 사이가되고

어려운일들을 함께 겪으면서 그 유대가 더 깊어진다 .

그리고 오래 함께 살면서 서로를 닮아가는 사이가 된다 .

지금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이기도 하다 .

지금 우리부부에게는 같은 희망이 있다 .

건강하게 오래살면서

모든일에 감사하고 검소하게 살며 기력이 있는한  ‘자기일 ’에 충실하는 것이다 .

지금 아내는 여름에있을  ‘회원전 ’을 위해 그림을 준비하고 있으며

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사피엔스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 .

그래서 우리집에 가장많은게

부부가 가지고있는 책들과 아내의 화구들 , 그리고 악기들이다 .

 

 

부부란 가는실들이 엮어져 굵은밧줄이 되는 것이다 .ㅡ 임어당 .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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