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8주년.
박천복 2024-05-27 07:46:35
생판 남남인 남자와 여자가 결혼으로 결합해
58 년을 함께 살았으니 정말 긴 세월이 아닐 수 없다 .
이제는 표정 , 음성 , 작은동작만 으로도 서로가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지경에까지 와 있는 셈이다 .
어느덧 내가 88 세 , 아내가 83 세의 최고령층 노인세대가 됐다 .
노인과 전문의들이 말하는 ‘건강한 노인 ’의 정의가 있다 .
‘자기의 일상생활을 남의 도움없이 스스로 영위할수 있으면
건강한 노인이다 .‘ 가 그것이다 .
지금 우리부부는 최고령층의 노인들 이지만
그 누구의 도움도없이 스스로 자기의 일상을 살 정도로 건강하다 .
노인일반이 가지고있는 지병도 없다 .
그래서 늘 감사하면서 검소하게 살고 있다 .
우리는 노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로 살고있기도 하다 .
섭리에 순종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의미다 .
우리의 노년생활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생긴건 나 때문이었다 .
나는 반평생을 꾸준히 걷기운동을 해 왔다 .
85 세까지는 , 60 분에 6 키로를 문제없이 빨리 걸었는데
86 세가 되자 갑자기 노쇠현상이 나타났고 근력과 함께 다리의 힘이 빠졌다 .
더는 전같이 걸을수가 없었다 .
그렇다면 집에만 앉아있을 것인가 .
그건 노인에겐 아주 위험한 환경이다 .
그래서 생각해낸게 ‘강제외출 ’ 이었다 .
노인복지관에 나가기로 결정하고 회원등록을 한후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복지관을 다녀온다 .
왕복 40 여분에 4 천여보를 걷게되며 노인에게는 적당한 거리다 .
따라서 점심식사는 복지관의 경로식당을 이용한다 .
시설과 주방요원 , 영양사가 시의 직원이기에 3000 원의 식대는
모두 식재료 구입에 사용하며 한끼 750 칼로리를 기준하는 메뉴는 정말 먹을만 하다 .
여럿이 함께 식사하니 기분도 아주좋다 .
복지관은 52 가지 교육프로그램을 운용하며 하루 1.000 여명이 드나들고 있다 .
식당의 식수인원도 500 여명 , 생각보다 큰 규모다 .
아내는 이 프로그램중
사진반 ,기타반 ,중국어반 ,가요반 ,합창반에등록 ,
정말 바쁘게 지내고있으며 거의 하루를 복지관에서 지낸다 .
나는 스마트폰 활용반에만 등록했고 ,
집에서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점심식사후 돌아온다 .
한편 ,
아내는 국전 ,구상부문에 입선경력의 현역화가다 .
대한미협 정회원이며 , 수채화협회 이사이기도 하다 .
지금도 차를 직접 운전하고 다니며
차에는 화구들과 악기가 언제나 실려있다 .
내가 집에서 하는일중 중심은 독서와 글쓰기 , 그리고 악기다 .
특히 평생학문인 ‘문화사 ’ 공부를 계속하고 있으며
블로그에 올릴 글도 매주 한편씩 쓰고 있다 .
글쓰기는 시간도 많이걸리고 노력도 많이드는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다 .
그리고 우리 부부는 각기 자기의 악기가 있다 .
아내는 우크렐레와 기타 , 나는 목관 클라리넷과 첼로를 가지고 있다 .
악기를 다루게 되면 몸과 마음을 악기에 집중해야하며
시각 ,청각 ,촉각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
이는 치매예방에 최적의 기능들 이기도 하다 .
그래서 친구들에게 악기 한가지를 하라고 계속 권하고있기도 하다 .
신혼초에는 열정적인 사랑이 그 중심에 있었고 ,
애기가 태어나자 우리의 생활중심은 육아가 되었으며
어린남매를 기르면서 다섯번정도 전셋집을 옮겨다녔었다 .
부모님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회사 사우회에서 대출을받아
처음으로 18 평의 연탄아파트를 구입했다 .
아내는 손바닥만한 부엌을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쓸고닦았다 .
처음마련한 ‘내집 ’ 에 대한 애착은 그렇게 컸다 .
냉장고와 세탁기를 사 들이면서 생활은 자리잡았다 .
한때는 마당이 60 평되는 단독주택에서 진돗개 삼대를 길렀으며
애들이 장성했을때는 54 평 아파트에 살았다 .
애들이 출가하고 , 내가 정년퇴직한후 지금의 32 평아파트에
노년의 거처를 정했고 , 각자 자기일에 충실한 노년기를 보내고 있다 .
나는 말도많은 ‘삼식이 ’ 가 되지않기위해 아내와 합의해서
한주의 사흘은 내가 한식 (주로죽 )으로 아침을 준비하고
나흘은 아내가 양식으로준비 , 균형있는 식사를 하고 있다 .
점심은 복지관에서 하고 저녁은 각자도생이다 .
부부란 ,
처음에는 열정적인 애인이고
애들을 낳아기르면서 상대를 깊이파악 , 배려하는 사이가되고
어려운일들을 함께 겪으면서 그 유대가 더 깊어진다 .
그리고 오래 함께 살면서 서로를 닮아가는 사이가 된다 .
지금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이기도 하다 .
지금 우리부부에게는 같은 희망이 있다 .
건강하게 오래살면서
모든일에 감사하고 검소하게 살며 기력이 있는한 ‘자기일 ’에 충실하는 것이다 .
지금 아내는 여름에있을 ‘회원전 ’을 위해 그림을 준비하고 있으며
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사피엔스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 .
그래서 우리집에 가장많은게
부부가 가지고있는 책들과 아내의 화구들 , 그리고 악기들이다 .
부부란 가는실들이 엮어져 굵은밧줄이 되는 것이다 .ㅡ 임어당 .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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