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夏(초하) / 박정남
간밤 비에
머리 감은 밀밭이
뽕나무밭 머리에서
검게 물결치고
런닝 샤쓰를 입은 마을 아이들이
오디 따 먹은 검은 입으로
밭두렁길을 내려 온다.
개울가에 나와
비인 사이다병에 한 무더기 붉은
산나리꽃을 꽂고
한참이나 물밑 조약돌을 잊고 있는
처녀에게
머언 뻐국새, 젖은 자리의 짙푸른
산이 내려와
철철 울음을 쏟아 놓는다.
흰 거품 떠 가는
골짝물에, 걷어 올린 고무치마
허벅지 담그고 머리감는
발바닥이 짙푸른, 아낙들의 겨드랑의 땀
햇볕 속에 짜고 달게
섞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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