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初夏(초하) / 박정남​

덕 산 2024. 5. 9. 10:57

 

 

 

 

 

初夏(초하) / 박정남​ 

 

간밤 비에

머리 감은 밀밭이

뽕나무밭 머리에서

검게 물결치고

런닝 샤쓰를 입은 마을 아이들이

오디 따 먹은 검은 입으로

밭두렁길을 내려 온다.

개울가에 나와

비인 사이다병에 한 무더기 붉은

산나리꽃을 꽂고

한참이나 물밑 조약돌을 잊고 있는

처녀에게

머언 뻐국새, 젖은 자리의 짙푸른

산이 내려와

철철 울음을 쏟아 놓는다.

 

흰 거품 떠 가는

골짝물에, 걷어 올린 고무치마

허벅지 담그고 머리감는

발바닥이 짙푸른, 아낙들의 겨드랑의 땀

햇볕 속에 짜고 달게

섞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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