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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무렵 / 맹문재

덕 산 2024. 2. 19. 09:24

 

 

 

 

 

우수 무렵 / 맹문재
 

아침 햇살이 들자
할아버지가 삽을 들고 나간다
아버지가 지게를 지고
할머니가 수건을 쓰고 호미를 들고
고모들이 다래끼를 허리에 찼다
 
유택에서 나온 어른들을 보았는지
어머니도 호미를 들었다
 
집안의 어른들이 할 줄 아는 일은
들의 해를 따라
몸에 흙을 묻히는 것
 
기지개를 켜는 나무와
눈을 뜨는 밭고랑과
몸을 펴는 냇물과
새끼를 낳는 짐승처럼 하늘을 바라보는 것
 
들의 발소리를 듣는 골방의 씨앗들이
숨소리를 낸다
씨앗들의 숨소리를 들은 조무래기들이
개를 몰고 들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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