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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산곬1.2.3.4. / 이용학

덕 산 2024. 2. 15. 09:21

 

 

 

 

 

두메산곬1.2.3.4. / 이용학

 

두메산곬 1.

들창을 열면 물구지떡 내음새 내달았다
쌍바라지 열어 제치면
썩달나무 썩는 냄새 유달리 향그러웠다

뒷산에두 봋나무
앞산두 군데 군데 벛나무

주인장은 메사냥을 다니다가
바위틈에서 죽었다는 주막집에서
오래 오래 옛말처럼 살고 싶었다

두메산곬 2.

아히도 어른도
버슷을 만지며 히히 웃는다
독한 버슷인양 히히 웃는다

돌아 덜아 물ㅅ곬 따라가면 강에 이른대
영 넘어 여러 영 넘어가면 읍이 보인대

맷돌방아 그늘도 토담 그늘도
희부옇게 엷어지는데
어디서 꽃가루 날러오는듯 눈부시는 산머리

온길 갈길 죄다
잊어바리고
까맣게 쓰러지고 싶다

두메산곬 3

참나무 불이 이글이글한
오지화로에 감자 두러개 묻어 놓고
멀어진 서울을 그리는 것은
도포 걸친 어느 조상이 귀양 와서
일삼는 버릇일까

돌아갈때엔
당나귀 타고 싶던
여러 영에
눈은 내리는데 눈은 내리는데

두메산곬 4

소곰토리 지웃거리며 돌아 오는가
열두 고개 타박 타박
당나귀는 돌아 오는가
방울소리 방울소리 말방울소리 방울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