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글

나이 값 하며 살고있습니까?

덕 산 2012. 9. 4. 13:31

 

 

 

 

"사람들이 자기가 먹은 밥그릇값만 제대로 해도 세상은 훨씬 더 살 만할 텐데…"
오랜만에 만난 선배는 '어른 노릇'하며 사는 일 만큼 어려운 숙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상시의 활력 넘치는 모습과는 달리 지친 얼굴로 나타난 선배는 최근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나잇값'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선배가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조직개편이 있었다.

말이 '조직개편'이지 인력감축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이었다.

회사 조직을 새로 구성하면서 몇몇 팀, 부서의 통폐합이 거론되기 시작했고

그가 속한 팀의 존립 역시 위태로워졌다.

이 과정에서 다른 본부 또는 관계회사로 전보된 사람,

대기발령을 받은 사람, 퇴사를 결심하는 사람들이 생겨 났고

그 안에서 설사 자리를 지켰다 하더라도 마음 고생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조직에 대한 서운함이나 배신감 못지 않게 실망을 안겨준 사람은

다름아닌 선배의 직속 팀장이었다.

어려울 때 사람의 본 모습이 나타난다고 했던가.

팀장은 오로지 자기 거취에만 노심초사할 뿐 팀 후배들의 진로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나마 가진 작은 권력과 정보를 이용하여 개인의 무사안일만을 꾀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이 먹는 건 쉽지만 그에 걸맞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음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아무리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하고 또 자기 나름대로의

명분이 충분하다 해도 그렇게 밖에 행동할 수 없었을까?

단 몇 년이라도 인생을 더 살았다는 사람이 말이야.

하긴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도 과연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한편 씁쓸해지기도 한다네…."

원소주기율표 외우듯 나이나 경력에 어울리는 '행동거지'를

표로 만들어 줄줄이 꿰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들도 하지만 한 해, 두 해 연륜을 더할수록 그

 연배에 따른 기대치가 커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살면서 자연스럽게 불어나는 책임과

지켜야 할 도리를 '나잇값'이라 한다면 어느 누구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나이를 먹지 않고 세월을 거스르는 재주가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테니까.

날이 가고 해가 가면 저절로 먹어지는 나이라고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물건 하나를 사도 제 값을 못하면 온갖 싫은 소리를 해대는데

하물며 사람이 그 값을 못해서야 되겠는가.

아름답게 나이들어 가는 방법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

살면서 자신의 나이가 부담스럽고 부끄러워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나의 지인 중 하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독설가다.

알고 보면 그다지 모진 성격도 아닌 것 같은데 입만 열면 쏟아지는

험악하고 냉소적인 표현들 때문에 어렵게 딴 점수를 한꺼번에 깎아 먹곤 한다.

얄미운 말솜씨만 고치면 지금보다 훨씬 더 괜찮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의 독설보다 위험한 것은 자기 단점의 심각성에 대해 귀를 닫고 있으며

스스로 개선시킬 기능마저 마비됐다는 사실이다.

참다 못한 사람들이 큰 맘 먹고 충고라도 할라치면 "평생 이렇게 살아왔는데

이 나이에 바꿀 수 있겠느냐"며 "나는 이렇게 생겨 먹었으니

당신들이 나에게 적응하는 방법을 찾는 게 빠를 것"이라고 날카롭게 자신을 방어하는데 급급하다.

불편하고 괴롭지만 자기의 치명적인 약점을 인정하고 스스로

변화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추하지 않게 늙을 수 있다.

철없는 시절에야 물 불 못 가리며 좌충우돌한다 해도 적당히 봐주고 넘어가겠지만

먹을 만큼 먹었다는 나이에 이르러서까지 주변을 배려할 줄 모른다면 이는 '구제불능'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행동에 대한 책임을 의미하며

책임감은 종종 뼈아픈 자기 희생을 동반하기도 한다.

업무적인 능력면에서는 젊은 후배들이 나이 든 선배들을 얼마든지 능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조직이나 사회의 구성원들에게는 각자 고유한 역할이 존재하며

제 자리에서 주어진 사명에 충실할 때 더불어 성공할 수 있다.

자기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선배나 사수들로부터 소중한 것들을 배우며 성장해 왔듯,

이제 우리도 누군가에게 모범이 될 사명을 실천해야 할 때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돈이나 명예를 가진 소수 귀족집단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단 두 세 명의 작은 조직이라 하더라도 윗사람에게는

그에게 요구되는 도리가 있으며 이를 실천할 의무가 있다.

윗사람의 권위를 내세우기에 앞서 자발적으로 헌신하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말 나이값 하는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억울한 마음이 들 지도 모르겠다. 자기만 손해 보는 듯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며, 내가 지금 지불하는 희생이 언젠가

 더 큰 선물이 되어 돌아 올 날이 분명 있을 것이다.

가끔은 개인적인 욕심 보다는 공익과 타인을 위해서 밑지는 결정도 내리며,

웃으면서 빈 손도 되어 보고 기분 좋게 뒤통수도 한번 맞아 보는 거다.

손해인 줄 알면서도 한 번쯤 다른 사람들의 장단에 맞춰 춤 출 수 있는 내공은

진정 아름답게 나이 먹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축복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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