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노(rho***) 2018-06-29 17:16:21
아시아 축구를 선도하고 있다는 한국과 일본은 이번 월드컵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전대미문의 희한한 일을 저질렀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GL에서 탈락한 적이 없고, 단 한 번도 아시아팀에 진 적이 없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명실상부한 FIFA 1위 독일을 완파했다. 반면 일본은 지고 있는 팀이 공격하지 않고 볼을 돌리는 상식 밖의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과 일본 모두 전대미문의 '미친 짓'을 했지만 한국은 전 세계 축구팬으로부터 찬사를,
일본은 세계는 물론이고 자국 팬으로부터도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어찌 되었든 찬사의 결과가 탈락이고,
비난의 결과가 진출이라는 상반된 결과였지만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는 점에서 똑같이 '미친 짓'을 한 건 틀림없다.
어떤 스포츠 대회든 '1등'을 빼놓곤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다. '1등' 이외는 1등 뒤에 있는 군상(群像)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월드컵에서의 16강, 8강, 4강도 1등 뒤의 군상이라는 점에서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월드컵에서의 16강은 다른 스포츠
대회에서의 우승과 걸맞은 대우를 받는다. 왜 그럴까? FIFA가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월드컵의 흥행 제고(提高)를
위해 만들어낸 다양하고도 교묘한 '마케팅 전략'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16강 진출과 탈락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한 게임 더 한다는 것과 배당금 액수가 다른 점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월드컵뿐 아니라 여타 스포츠 대회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특별한 이유가 될 순 없다. 그것보다는 FIFA가 세계적인 언론매체와 '공모(共謀)'하여 엄청난
스포트라이트와 그에 따른 다양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독점 또는 더 많은 수혜를
받고자 하는 참가팀 간의 욕구와 경쟁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이유의 본질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16강 탈락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릴 만큼, 우승 팀만 누릴 수 있는 스포트라이트와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냈다. 16강 진출이 물 건너갔다고 40여 분 동안 낙담했던 멕시코는 그렇다 치고, 이것과 전혀
무관한 많은 나라들로부터 멕시코 못지않은 환호와 찬사가 있었다. 전후 독일의 진솔한 반성과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럽 사람들 머릿속에 남아 있는 '독일=전범' 이미지는 여전한 것 같다. 한국이 분수에 넘치는 엄청난
환호를 받은 것도 이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F조와 무관한 잉글랜드 러시아 프랑스 사람들까지
자국이 승리할 때나 할 수 있는 환호를 한 것이 그 예다. 한국의 승리보다 역사적 사건에 기인한 독일의 패배를
원한 것이 주어(主語)이긴 하지만... . 반면에 우리의 고약한 '악린(惡隣)' 일본과 중국은 복통(腹痛)을 수반한
질투심과 부러움이 교차하면서도 도저히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본능적인 찬사가 간헐적으로 튀어나왔다.
대국을 자처하는 '되놈'들이 월드컵에 나가지도 못한 주제에 경기장까지 몰려가서 마치 자국팀이 출전이라도
한 것처럼 자국기를 흔들어대며 독일을 응원했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자국팀을 볼 수 없는 열등감을 독일을 중국으로
간주하여 해소시켜 보려는 호가호위(狐假虎威) 적 발상으로 보인다. 독일이 중국을 대신하여 중요 고비마다 자국팀의
발목을 잡아버리는 '철천지 웬쑤' 한국을 혼내주길 바랐지만 결과가 실제의 중국전처럼 나오자 망연자실했을 것이다.
독일의 패인은 중국인들이 공한증을 독일 선수들에게 전파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견강부회(牽强附會)적 생각을 해봤다.
이날 독일 선수들은 평소의 독일답지 않은, 다분히 중국스러운 플레이를 펼쳤고, 중국스러운 플레이에 익숙한 한국이
중국을 깨버리듯 독일을 깨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보다 자신들이 축구를 더 잘 한다고 생각하는 일본은 한국이 독일에 이긴 스코어보다 더 큰 스코어 차로 폴란드를
이겨주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폴란드는 유럽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고, FIFA 랭킹도 상위에 속하지만 독일과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 팀이다. 그러나 이기기는 고사하고 0 대 1로 리드당하고 있으면서 이기기를 포기하고
자기 진영에서 볼을 돌리는 희한한 전개로 시합이 끝나길 기다렸다. 월드컵은 물론이고 여느 축구 경기에서도 볼 수 없는,
16강에 진출하기 위한 갈라파고스적 꼼수였다. 폴란드에 0대1로 지면 세네갈과 승점과 득실차까지 동율이 되어 파울 수로
진출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파울 수까지 계산한 일본은 무승부나 역전을 노리는 과감한 공세적 작전 대신
보다 더 안전한 현상 유지를 택한 것이다.
우리도 16강 진출을 원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죽자 사자' 싸우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 결과적으로 '당당한 탈락'이
되었지만, 일본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우리도 일본처럼 행동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탈락은 당당했고,
일본의 진출은 치졸한 구도로 끝났다. 일본이 얼마나 더 올라갈지 모르지만 16강 진출에서 멈춘다면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성과는 한국이 일본을 압도했다고 볼 수 있다. 패스보다 골을 더 중요시하는 한국과 골보다 패스를
더 중요시하는 일본의 축구 철학이 만들어 낸 결과일지도 모른다. 골을 넣기 위해 패스가 중요하지만, 아무리 패스를
잘 해도 골을 넣지 못하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이처럼 패스와 골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상대와 상황에
따른 상대적 우위를 '종전 선언'할 때까지 어떻게 유지하느냐 하는 그것의 경쟁이 축구고,
그것을 인간의 '싸움 구경'이라는 원초적 욕구와 결합시킨 것이 월드컵이다.
- 출 처 : 조선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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