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버리고 포기하며 다시 채우는 작업

덕 산 2017. 8. 24. 11:27

 

 

 

 

 

 

 

이철훈(ich***) 2017-08-23 19:36:49

 

오랫동안 벼르기만 하고 결심을 하지 못했던 쓸모없는 개인비품을 정리하려고

큰마음 먹고 방 청소와 창고, 책상정리를 시작했다.

 

그동안 만나 인사를 나누었던 사람들의 명암뭉치가 나왔다.

한 장 한 장 들여다보면서 기억나는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언제 만났는지 조차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명함에 언제 만났는지 무슨 일로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메모해놓은 사람들의 명함을 발견하면

그 당시의 기억이 나고 그 사람의 외모도 어렴푸시 기억이나 한동안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외환업무로 만났던 은행원, 통관절차를 도와주던 관세사와 운송업자, 수출제품을 만들던 생산업,

택배회사직원, 수출입계약을 위해 방문한 바이어, 하청업체직원과 납품업체직원,

병원명함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회사근무시절 다루던 서류뭉치, 회사를 이직하려는 결심을 하고

준비했던 이력서 , 언론에서 베스트셀러로 소개되었던 책, 이런 저런 질병으로 방문했던

병원영수증과 약봉지들이 책상서랍에서 나왔다.

 

그리고 방 옆에 있는 작은 창고에서도 읽지도 않고 사두기만 했던 책들과 줄넘기, 아령, 실내자전거,

테니스라켓, 여행지에서 구입한 안내서와 기념품, 영어 일어 회화교재와 공인중개사 등 각종취업준비서적,

구형 폴더식 핸드폰, 토스터, 전자팔목시계,워커맨,구형전자제품,통장,영수증등이 쏟아져 나왔다.

구입당시 인기상품으로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구입해 아끼고 손떼가 많이 묻어있던 추억의 소장품들이었다.

 

지금은 필요 없고 자리만 차지하는 물건들로 버리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버리는 작업이 쉽지 않아 여러 번 주저하고 망설이게 된다.

 

 

 

 

 

 

 

쓸모없고 필요 없는 제품을 버리는 단순한 행위이전에 그 제품을 구입하던 일과 제품에 대한 애착,

지불한 비용도 쉽게 제품을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구입당시의

추억과 즐거웠던 기억들이 제품을 버리지 못하게 한다.

 

지금은 당장 필요 없지만 혹시 나중에라도 쓸모가 있지 않을까? 구닥다리고 자리만 차지한다고

버리고 후회하는 것은 아닐까? 마음에 작은 갈등이 제품을 버릴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당장 필요도 없고 쌓아 놓을 장소도 마땅치 않으면서 작은 집착으로

버리지 못하고 껴안고 놓아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고 보관해야 안심이 되는 저장강박증 증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절약하고 알뜰하게 생활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보여주는 현상이다.

 

저장 강박증세라고 표현하니 무슨 큰 정신적인 질환을 앓고 있는 것 같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상들이다.

 

정도가 지나쳐 아예 버리지 못하고 무조건 쌓아놓고 사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회생활에 별다른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창고와 방, 책상정리를 마치고 버릴 물건의 양을 바라보니 상당한 양이 나왔다.

물론 주저하고 망설이다가 포기하지 못한 물건도 상당히 남아있었지만 보기에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모습으로 방도 넓게 사용할 수 있고 책상서랍도 새로운 공간이 생겼다.

 

자신의 의지로 정리하고 쓸모없는 물건을 추려낸 것은 일종의 뺄셈철학을 시도해본 것이다.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여 쓸모없는 물건을 가려내 버림으로 비워지고 만들어진

공간에 자신의 새로운 삶의 물건들로 채울 수가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련과 애착으로 버리지 못하고 쌓아 놓고 있는 많은 물건들로 인해

새로운 추억과 기억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경험하고 얻어질 수 있는 소중한 많은 것들을 위해 스스로 필요 없고 넘치는 것들을

과감히 버리고 복잡한 것들을 단순화하는 작업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과감하게 포기하고 버리게 하는 뺄셈철학을 시행하여 빼고 버리고 난 공간을

소중하고 값진 추억과 기억으로 다시 채워 보는 것이다.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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