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글

어느 병원에서 있었던 7살 꼬마이야기

덕 산 2012. 8. 8. 16:22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오고 있을 때,
나는 그만 달려가는 차에 부딪혀 엄청난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결국 응급실에 실려가고, 위급한 고비를 넘겨 가깟으로 깨어났다. 
그러나 의식이 돌아오자, 나는 다시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두 눈의 시력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절망스럽고,
결국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면서 난 그녀를 만났다.
겨우 일곱살 밖에 안 되는 꼬마 소녀였다.

"아저씨.... 아저씬 왜 여길 왔어?"
"야, 꼬마야!! 아저씨 귀찮으니까, 저리 가서 놀아!"
"아.. 아저씨!  왜 그렇게 눈에 붕대를 감고 있어? 꼭 미이라 같다"
"야! 이 꼬마가 정말..... 너 저리 가서 놀지 않을래!"

꼬마와 나는 같은 301호 병실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 아저씨... 근데... 아저씨 화내지 말아. 여기 아픈 사람 많어~
 아저씨만 아픈거 아니쟎아.... 그러지 말고

 나랑 친구하고 놀아. 네?  ......알았죠??.. "
"꼬마야.... 아저씨 혼자 있게 좀 내버려 두지 않을래?"
"그래, 아저씨........ 난 정혜야, 오정혜!
여긴 친구가 없어서 심심해..... 아저씨 나보고 귀찮다구?"
그러면서 꼬마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다음 날이었다.
" 아저씨... 그런데 아저씬 왜 이렇게 한숨만 푹 푹 쉬셔?"
" 정혜라고 했나... 너도 하루 아침에 세상이

깜깜하게 어두워졌다고 생각해 봐! 무섭지 않겠니?"
"그래서 아저씬 너무 무서워서 이렇게 한숨을 내쉬는 거란다."

"근데, 울엄마가 그랬어. 병도 이쁜 맘 먹으면 낫는데~...
내가 환자라고 생각하면 환자지만, 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환자가 아니래."


"며칠 전에 그 침대 쓰던 언니는 하늘나라로 갔어."

"엄마는 그 언니가 착한 아이라서 하늘에 별이 된다고 했어.
별이 되어서 어두운 밤에도 사람들을 무섭지 않게 환하게 비쳐준다고 그랬어."

"음 그래.... 너는 어디가 아파서 여길 왔는데?"
"음 그건 비밀....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곧 나을 거라고 했어.
이제 한달 뒤면 더 이상 병원에 올 필요가 없다고 했어."

"그래? 다행이구나."
"아저씨... 그러니까, 한달 뒤면 나 보고 싶어도 못보니까...
이렇게 한숨만 쉬지 말고 나랑 놀아줘. 응~ 아저씨?"

나는 그만 피씩- 웃음이 나와버렸다.
사실 꼬마의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내게 큰 힘이 되어주고 었기 때문이다.
마치 밝은 태양이 어두운 곳을 비추어 주듯이 말이다.
그 후로 난 그녀와 단짝친구가 돼버렸다.

"자! 정혜야 주사 맞을 시간이다."
"언니, 그 주사 30분만 있다가 맞으면 안돼?"
"잉~ 나 지금 안 맞을래!!"
"그럼..... 아저씨랑 결혼 못하지...
주사를 맞아야 빨리 커서 아저씨랑 결혼한단다."
" 칫~"

그리고는 이내 엉덩이를 들이대었다.
어느새 그녀와 나는 병원에서 소문난 커플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나의 눈이 되어 저녁마다 산책을 나갔고,
일곱살 꼬마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놀라운 어휘로
주위 사람이나 풍경들에 대해  곧잘 얘기해 주었다.

"아저씨, 김선생님이 어떻게 생겼는 줄 알아?"
"글쎄 코는 완전 딸기코에다 입은 하마입,
그리고 눈은 쪽제비같이 생겼다."
"손도 커다랗고 정말 도둑놈같이 생겼어. 나 처음, 병원에 오던 날,
그 선생님 보고 집에 가겠다고 막 울었어."

"크흐흐흐......"
"아저씨 왜 웃어?"
"아니, 그 김선생 생각하니까 우섭네."

"근데 정혜는 꿈이 뭐야?"
"음, 나 아저씨랑 결혼하는 거."
"에이, 정혜는 아저씨가 그렇게 좋아?

그렇게 잘생겼어?"
"음, 그러고 보니까 아저씨 디게 못생겼다.
꼭 포케몬스터 괴물 같애."

그러나 그녀와의 헤어짐은 빨리 찾아왔다.
2주 후, 내가 병원에서 퇴원할 때, 그녀는 울면서....
"아저씨, 나 퇴원할 때 꼭 와야 돼! 알았지?"
"그래 약속....."

우는 꼬마를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가녀린 새끼손가락에 고리를 걸고 약속했다.
그리고 2주일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따르릉 따르릉"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최호섭씨?"
"예, 제가 최호섭입니다."
"축하합니다. 안구 기증이 들어왔어요."
"진...... 진짜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1주일 후, 나는 이식수술을 받고 3일 후에는

아아, 꿈에도 그리던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너무도 감사한 나머지, 병원측에 감사의 편지를 썼다.
그리고 기증자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던 중, 나는 그만 털석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기증자는 바로 정혜였던 것이다.

나중에 알았던 사실이지만
내가 퇴원하고 난 일주일 후가 바로 정혜의 수술일이었고,
그녀는 백혈병 말기환자였던 것이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만 들어 왔었기에,
어디 조금 아파서 입원한 줄 알았는데....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그녀의 부모님이라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 아이가 많이 좋아했어요."
" 예..... "
" 아이가 수술하는 날 많이 찾았는데....."
정혜의 어머니는 차마 말을 이어가질 못했다.


" 정혜가 '자기가 저 세상에 가면 꼭 눈을 아저씨 주고 싶다'고...
그리고 꼭 이 편지 아저씨에게 전해 달라고 했어요."

그 또박또박한 글씨로 이렇게 씌어져 있었다.

아저씨! 나 정혜야. 음, 이제 저기 수술실로 들어간다.
옛날에 옆 침대 언니도 거기에서 하늘로 갔는데...
정혜도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아저씨 내가 만일 하늘로 가면,
나 아저씨 눈 할께. 그래서 영원히 아저씨랑 같이 살께.
아저씨랑 결혼은 못하니까....
하지만 수술실에서 나오면 나 아저씨랑 결혼할래.
결혼해서 어저씨랑 행복하게 살래.

나의 눈에는 두 줄기의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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