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평

최저임금 1만원이 불러올 재앙[시론]

덕 산 2017. 6. 20. 09:50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 2017.06.20 03:14

 

'임금 1만원'이면 생활임금 수준성장률 줄고 실업률 증가할 것

시장실패 고치려 정부 나섰다가 시장과 정부 이중실패 빠질 수도

 

어느 나라든 소득 불평등이 커지면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노동계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최저임금 인상이 얼마나 고용을 줄이는가는 국가마다 다른데 최저임금제도의 특징뿐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와 고용 관행이 중요 변수로 작용했다. 최저임금제도가 합리적이고

노동시장이 임금 인상의 부담을 생산성 증대로 부드럽게 흡수할 수 있는 나라는 부작용이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최저임금을 3년 내 1만원으로 50% 이상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최저임금 1만원은 노동계의 주요 운동 구호이고 숫자만으로도 매력적이어서인지 주요 후보들도 공약했다.

여기에는 최저임금이 낮고, 인상해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은 낮지 않다. 최저임금을 임금 분포상 가운데에 있는 중위 임금과 비교하면

최근 OECD 통계 기준으로 2015년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48%로 미국(36%)과 일본(40%)보다 높고 영국(49%)

네덜란드(46%)와 비슷하며 프랑스(62%)보다는 낮다. 최저임금을 50% 올리면 어떤 선진국보다도 높아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저렴한 인건비를 경쟁 기반으로 삼는 중소기업이 고용의 90% 가까이 담당하고 청년의

학력은 높지만 숙련 수준이 낮아 실업률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중소기업은

고용을 줄이고 청년들은 아르바이트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워질 게 자명하다.

한국은행이나 한국노동연구원 등의 연구를 보면 우리나라는 임금 상승에 따른 고용 감소가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3배 정도 크고 청년이 타격을 더 입으며 평균적으로

임금이 1% 증가할 때 고용이 0.15% 정도 감소한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전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급격히 커진다.

최저임금 1만원은 최저임금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생활 임금이라고 할 정도로 높다.

우리나라는 기본 급여가 최저임금에 연동되어 연쇄적으로 오르는 경우가 많아 일부 대기업

근로자도 영향을 받게 된다. 최저임금 50% 인상이 전체 근로자의 임금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불확실하지만 30% 정도는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고용은 4.5% 감소하고 실업자가

120만명 정도 증가해 실업률이 4%에서 8%로 두 배가 된다. 실업률이 8%로 증가하면

성장률은 1.2% 감소해 2% 중반에서 1% 중반으로 반 토막 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뿐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제로 정책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실업률은 2배로 늘고 경제성장률이 절반으로 주는 최악의 역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이란 공약을 대폭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밀고 가면 정부가 저성장·고실업 사회의

재앙을 야기할 수 있다. 시장의 실패를 고치려 정부가 성급하게 전면적으로 나섰다가 시장과

정부의 이중 실패라는 더 깊은 늪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타격은 경기가 좋지 않고 저숙련·저임금 근로자가 많을수록 크다.

우리의 상황이 이러한 만큼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의 숙련 형성을 위한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근로자의 직장 이동을 감소시켜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급여제도 합리화나 근로시간제도 유연화 등

생산성 향상 정책과 동시에 추진해야 할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최저임금 3년 내 1만원의 공약이 무리라는 점을 정부도 인식하는 듯하다.

최저임금 1만원이 국민의 눈과 귀를 끌 만하지만 기회의 균등이 아닌 결과의 균등만을 추구하는

단순한 대중 영합주의 정책은 국민에게 불행으로 돌아오곤 한다.

포퓰리즘의 맹독성을 물리칠 지혜가 정말 절실한 때다.

 

- 출 처 : 조선닷컴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