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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이 오면 / 도종환

덕 산 2016. 5. 31. 15:17

 

 

 

 

 

 

 

 

 

유월이 오면 

            - 도 종 환 -

 

아무도 오지 않는 산 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 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있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 산천을 따라 밀 이삭 마늘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저녁 을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사는 동안 온갖 것 다 이룩된다 해도

그것은 반 쪼가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며 내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쪽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빗줄기를 보내 감자순을 아름다운 꽃으로 닦아내는

그리운 당신 눈물의 몫입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지 않고는

내 삶은 완성되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꼭 당신을 만나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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