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미 기자
입력 : 2015.08.04 14:59 | 수정 : 2015.08.04 18:24
롯데 창업주 2세들의 경영권 쟁탈전을 다루는 기사에서는 유독 ‘시게미쓰(重光)’라는 일본어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 성이 바로 시게미쓰다. 게다가 이번 경영권 분쟁의 핵심 열쇠를 지닌 신 총괄회장의
둘째 부인이자 신동주·동빈 형제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쓰코 역시 신 총괄회장과 같은 성을 쓴다.
이 때문에 일본 언론에서는 롯데가 형제의 난을 ‘시게미쓰 일족의 난(亂)’이라고 표현한다.
신 총괄회장은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 장남 신동주는 시게미쓰 히로유키(重光宏之),
차남 신동빈은 시게미쓰 아키오(重光昭夫)라는 일본 이름을 갖고 있다.
왜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는 시게미쓰라는 성을 사용하게 됐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신 총괄회장의 과거를 살펴봐야 한다.
신 총괄회장은 1922년 경상남도 울산에서 아버지인 영산신씨 신진수와
어머니 김필수 사이에서 5남 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한국인 부모를 둔 한국인이다.
그의 형제로는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3남),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4남), 신준호 푸르밀 회장(5남),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5녀) 등이 있다.
그는 1941년 만 19살의 나이에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간다.
큰아버지를 비롯해 집안 어른 여러명이 돌림병으로 사망하자 ‘고향에서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일본 조기유학을 가기로 결심한 것. 그의 부모님에게도 미리 말씀드리지 않은 사실상 무단가출이었다.
그는 일본에 건너가기 전 한국에서 노순화씨와 결혼하고 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사장을 낳는다.
하지만 그는 일본에서 자신이 세들어 살던 저택 주인의 딸인 시게미쓰 하츠코씨와 또다시 결혼한다.
그녀의 결혼 전 이름은 다케모리 하쓰코(竹森初子).
신 총괄회장과 그의 둘째 아내가 시게미쓰라는 성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있다.
첫 번째는 그의 일가인 영산신씨 집안 모두가 창씨개명 당시 시게미쓰를 성으로 사용했다는 것.
즉 신 총괄회장이 먼저 창씨개명을 통해 성을 시게미쓰로 바꿨고, 그다음 둘째 아내가 따라 바꿨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둘째 아내의 외삼촌으로 알려졌던 시게미쓰 마모루(重光葵)의 성을 신 총괄회장이 따랐다는 설이다.
두 번째 설의 경우 최근 롯데의 ‘친일기업’ 이미지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함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본인 정치인인 시게미쓰 마모루는 윤봉길 의사의 폭탄 투척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A급 전범이다.
일제강점기 친일파를 처단하는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암살’에서 절름발이 외교관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신 총괄회장이 ‘A급 전범 집안’과 연관됐으며 성까지 따라갔다는 이야기가 돌자 롯데 측은
최근 “하쓰코 여사는 마모루씨와 친인척 관계가 아니며, 시게미쓰 성은 신 총괄회장과 결혼하고 나서
그의 일본식 성을 따른 것”이란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전범 집안과의 연관성을 부인한 것이다.
이 시게미쓰 마모루 연관설의 근원은 언론인 출신 정순태씨가 쓴 책 ‘신격호의 비밀’이다.
그는 이 책에서 “하쓰코 여사의 어머니는 주중 일본 공사 시게미쓰 마모루의 여동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격호 회장의 측근들도 “신 총괄회장이 일본에서 성공한 것에는 하쓰코 여사의 친정인
다케모리 가문의 도움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한다. ‘신격호의 비밀’은 1990년대 나온 책이다.
그 동안 롯데측은 시게미쓰 마모루와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 연관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 이후 전범 연관설이 계속 나오자 공식 입장을 내 놓은 것이다.
한편 롯데 일가의 국적의 경우 신격호 회장과 두 아들 모두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신 회장은 창씨개명은 했으나 한국국적을 유지했다. 장·차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일 이중국적을 유지하다가 마흔 무렵에 한국국적으로 옮겼다.
형제 모두 한국 국적을 갖고 있긴 하나 군대는 가지 않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재미교포 사업가의
딸인 조은주씨와 결혼했고, 차남인 신동빈 회장은 일본인인 마나미(眞奈美)와 결혼했다.
마나미는 다이세이 건설 부회장을 지낸 오고 요시마사의 둘째딸로 일본 명문가 출신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국적은 한국인이지만 한국말이 서툴다. 최근 국내 언론과 일본어로 인터뷰했다가
‘국적은 한국인이지만 정신은 일본인이다’라는 비난을 받았다.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아버지와의
대화 녹취록에서도 일본어로 대화를 나눴다. 대화속에서 차남 신동빈 회장은 ‘아키오’라고 불렸고,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을 오또상(일본어로 아버지)이라고 불렀다.
롯데가 문화가 일본색이 짙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다.
신동빈 회장은 한국어 의사소통에는 무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지금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모두 지탄받는 처지다.
한국선 ‘알고보니 일본기업’이라고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했다.
또 신동빈 회장이 4일 입국 기자회견에서 “롯데는 매출의 95%를 한국에서 올리는 한국기업”이라 말한 뒤
일본에선 반대로 한국 기업이었냐는 구박을 받고 있다.
일본 인터넷 사이트엔 “롯데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롯데 마린스도 한국 구단이냐” “우리에게 모리나가(일본의 과자회사 이름)가 있다”
같은 글이 끊임 없이 올라오고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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