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가을 오후 / 독운 김운중
치열하게 살다 보니
어느새 창으로 찬바람이 스며드는 거야
좁다란 골목 끝에
해를 가린 아파트를 두른 담장에
줄지어 선 은행나무 잎이
어느덧 노오랗게 떠날 채피를 하고 있지 뭐야
누이동생은 못 난 오빠 먹으라고
텃밭에서 캣다는 햇고구마를 두고 가며
몸이 아파 치료차 당분간 못 온다는데
뒷모습에 왠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있었어
신종플루에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생명은 갈 수록 위태한데
나는 정작 겨울 채비를 못 하고
허물 하나 용서하기에 벅차하는
식은 마음이라니
오늘 밤엔 무릎 꿇고
참회의 기도를 해야 겠다
마음에 방 먼지를 치우는 덴
기도 만 한 것이 없더라구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어머니 기저기 갈아드려야 하는데
또 깜빡 할 뻔 했네
마음 만 바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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