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의 참음 / 법상스님
용감하고 힘이 있으면서
어리석고 못난 사람의 잘못을 잘 참으면
이야말로 제일의 인욕(忍辱)이라 할 것이다.
못나고 미약한 이가 힘과 위력을 겁내어서
아무 말 못하고 주저앉는 것은
두려움일 뿐 인욕이라 하지 못할 것이다.
어리석고 지혜가 없는 이들은
악과 해를 가해도 상대방이 말없이 참으면
곧 자기가 승리했다고 여기지만,
성현과 지혜로운 수행자는
참는 이를 보고 승리했다고 말한다.
성난 마음은 저절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지
칼과 무기로 없애려 해서는 안 된다.
참음으로 사라지게 하면
상대와 내가 모든 큰 이익을 얻게 되어
자신도 이롭고 남 또한 이롭나니
어리석은 이는 참는 이를 겁쟁이라 하지만
성현들은 그러한 이를 칭찬한다.
자기보다 나은 이에게 참음은
서로 해로울까 두려워함이나,
미약하고 못난이에게 능히 참음은
참음 중에서도 제일이다.
[별역 잡아함경]의 말씀입니다.
나보다 나은 사람에게는 잘 참으면서도,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도리어 큰소리를 치고
쉽게 화를 내는 것을 봅니다.
상대가 겸손하여 마음을 낮추고 들어오면
그 지혜로움에 공경한 마음을 내야 할 것이지만,
사람들은 도리어 얕잡아 보기 쉽습니다.
상대가 낮추고 들어오니
나 잘난 줄 아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수행자라면 참으로 경계할 노릇입니다.
나를 낮출 수 있고 능히 못난 사람 앞에서도 겸손하며
참을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내면의 공부가 되어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요.
아상이 그만큼 소멸되어야 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나보다 미약하고 못난이 앞에서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마음을 낮추며 능히 참을 수 있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입니다.
나를 낮추면 낮출수록 나의 가치는 한껏 올라가지만,
스스로 높이면 높일수록 어리석음만 놓아질 뿐
법계에 비춰지는 나의 가치는 땅에 떨어지고 맙니다.
나은 사람 앞에서 낮추는 일이야
도리어 비굴한 마음 연습하기 쉽지만,
못한 사람 앞에서 나를 낮추는 일은
큰 마음 공부가 됩니다.
나은 사람 앞에서는
당당한 하심으로 마주할 일이지마는,
못한 사람 앞에서는 누운 풀처럼
소박한 하심으로 마주할 일입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 앞에서
인욕 바라밀 공부는 제대로 되는 것입니다.
- 법상스님의 목타고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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