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 김영천
꽝꽝하게 여물어가던 시절,
이유 모를 분노나 슬픔 같은 것들이
회리바람처럼 불어갔었나니
절망도 희망도
번지수를 찾아가지 못하고
내 안 좁은 골목길을
서성거리던,
문득
온 몸 시리게 장맛비가
내리곤 했었나니
터벅터벅 간난의 길을
가로질러 가다가
풀썩, 주저앉는 골다공증의
내 한 평생이
시퍼렇게 질린 풋가시나의
입술처럼
파르르 떨며
젖은 숲으로 자지러지고 있구나
지운듯 다시 짙어지는
그리움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