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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 김영천

덕 산 2025. 6. 21. 06:28

 

 

 

 

 

장마 / 김영천 

 

꽝꽝하게 여물어가던 시절,

이유 모를 분노나 슬픔 같은 것들이

회리바람처럼 불어갔었나니

 

절망도 희망도

번지수를 찾아가지 못하고

내 안 좁은 골목길을

서성거리던,

 

문득

온 몸 시리게 장맛비가

내리곤 했었나니

 

터벅터벅 간난의 길을

가로질러 가다가

풀썩, 주저앉는 골다공증의

내 한 평생이

 

시퍼렇게 질린 풋가시나의

입술처럼

파르르 떨며

젖은 숲으로 자지러지고 있구나

 

지운듯 다시 짙어지는

그리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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