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눈물은 모든 뿌리로 모두 간다 / 이문재
혼자 눈물은 두 손에 받는다
손은 단지다
손은 깊어지고 싶어 운다
두 손은 또 울면서 길어져서
뿌리에 가서 닿고 싶어한다
몸이, 몸이 되고 싶어한다
손의 절망은 자기 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
그러나, 그러나
손은 거개가 타인이다
무시로 손은 타인을 향한다
내 손은 내가 아닐 때가
많다, 너무 많다
그리하여 자본주의는 손이다
대중소비사회는 손에 달려 있다
손을 잘 간수해야 한다고
두 손 둘데를 시시각각
결정해야 몸이, 몸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지금 지독하게 외로워진 것이다
손이 내 몸 거죽을 긁는다
뿌리의 손들이 붉은 꽃 게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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