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모든 눈물은 모든 뿌리로 모두 간다 / 이문재​

덕 산 2025. 6. 12. 06:25

 

 

 

 

 

모든 눈물은 모든 뿌리로 모두 간다 / 이문재

혼자 눈물은 두 손에 받는다

손은 단지다

손은 깊어지고 싶어 운다

두 손은 또 울면서 길어져서

뿌리에 가서 닿고 싶어한다

몸이, 몸이 되고 싶어한다

손의 절망은 자기 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

그러나, 그러나

손은 거개가 타인이다

무시로 손은 타인을 향한다

내 손은 내가 아닐 때가

많다, 너무 많다

그리하여 자본주의는 손이다

대중소비사회는 손에 달려 있다

손을 잘 간수해야 한다고

두 손 둘데를 시시각각

결정해야 몸이, 몸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지금 지독하게 외로워진 것이다

손이 내 몸 거죽을 긁는다

뿌리의 손들이 붉은 꽃 게워낸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이 나가다 / 이문재​  (0) 2025.06.16
그리운 사람 / 박인걸  (0) 2025.06.15
초여름 밤 / 윤동일  (0) 2025.06.11
바람 / 박인걸  (0) 2025.06.10
초여름 / 유안진  (0) 2025.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