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화(봉헌) / 서문원바오로
녹갈색 가지가지
앙증맞은 꽃망울
바싹 붙어 내밀더니
어느덧 창가 고목
여기저기 꽃 잔치 벌여
새하얀 다섯 잎에
깜찍한 노란 꽃술
살가운 미소 띠우고
홍자색 꽃받침도
동여맨 치마인 양
봄날 청춘 남녀
설레게 하는구나
봄이라도 삼월은
나들이 이른 계절
때로 바람은 차고
봄비에 한기 스며드니
뽀얀 겉옷 자락
곱게 여미어도
엷기만 하여라
염려되어 바라보면
님아, 이리 약해 보여도
심지 굳은 여자랍니다
세찬 꽃바람 불어도
여문 줄기 님 사랑에
꼭 안겨 떨어지지 않으려오
그래 날려갈 듯 여린 꽃잎
하여도 굳센 절개
선비의 기개 못지않아
이리하여 언제던가
높이 솟은 가지 끝
안타까운 정절의 사연
뿌리 깊은 둥치
진홍색 선혈
끝없이 타고 내리니
외아들 바치는
어머니 눈물
하양 꽃 되어
선연하게 피어오르고
구름 몰려와
꽃잎 적시고
바람 불어라
흙먼지 휘몰아쳐도
한결같은 꽃내음
순명으로 감돌아
하늘의 주님이시여
정결한 여인의 봉헌
고이 흠향하시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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