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시류時流의 요지경 / 淸草배창호
삿갓 눌러쓴 잠이 덜 깬
희멀건 수은 등이 하품을 해대며
게슴츠레 빛조차 잃어간다
회색빛 얼룩진 도시의
안개가 스멀스멀 뒤꽁무니 내뺄 때
바람서리에 절여 후줄근해진 골목길이
꺾이고 패이고, 어지럽게 뒤집힌
적나라한 세상을 연출한다
창문 사이 뚫고 들어온 빛살만큼이나
꺼질 줄 모르는 삶의 불씨인데
일상의 고단함이야 반복으로 여닫지만
여명의 햇살은
동구 밖 당산나무처럼 외면치 않았건만,
꿈에도 생각지 못한 절체절명의 위기에
무궁화는 민초民草를 져버리지 않았어도
시대의 흐름이 층층의 퇴적으로 쌓여
산화하는 파도가 억 구답다
복사 꽃피는 고향 골목길,
향수는
예나 지금이나 아련한 그대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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