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歲寒의 밤 / 淸草배창호
그믐밤이 초승달을 재촉하고
삭풍에 내맡긴 눈꽃은
그저 침묵으로 일관해도 환한 네,
일탈이면 어떠냐며 방점傍點을 찍었다
이별은 만남을 위한 준비라지만
심연深淵에 잠긴 질곡을
처마 끝 외등처럼 걸어두고 싶어도
아름다운 것일수록 머무름도 짧아
떼려야 뗄 수 없는 빛과 그림자처럼
져버릴 수 없는 몹쓸 정을,
시간과 조류는 기다려 주지 않는데
날 새면 홀로 멀어져 있는
통정通情하길 바라는 마음인데도
내 안에 직관이 꿈적도 하지 않으니
꽃이리라면 어 이하래!
눈꺼풀만 하얗도록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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