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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저문 밤 / 淸草배창호

덕 산 2025. 2. 9. 08:42

 

 

 

 

 

하얗게 저문 밤 / 淸草배창호

아린 바람이 대숲을 마구 휘젓고 
엊그제 환한 만월滿月이
기력이 다했는지 칠흑을 배회하다
눈썹달이 상고대 핀 가지에 걸려
시린 밤이 얼고 녹기를 담금질하고 

간밤 솔가지에 쌓인 폭설의 흔적이
소복소복한 젖무덤을 쌓아
눈 속에 파묻힌 푸르름이 가히 일색이지만,
황량한 벌판에 으스러진
억새의 침묵이 눈물겨울 뿐입니다

허허벌판에 밤새 훑이고 간 흔적들만
하얗게 내려앉아
맹위를 떨치는 설원에 도취해
휘둘리고 싶지 않았는데도
송곳니 같은 한기는 분신을 쫓고 있어
툇마루에 내리쬘 한 줌 볕이 참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