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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단상, 마음에 뜬 달 / 정해란

덕 산 2024. 9. 12. 08:09

 

 

 

 

 

추석 단상, 마음에 뜬 달 / 정해란 

 

유년의 추석 풍경 따라가면

마음에 뜬 달, 송편

 

몇 개월인가를 알알이 햇볕 채운 햅쌀

물에 담긴 채 하룻밤 풍성한 달빛도 채워

유년의 마음처럼 부풀던 햅쌀

소쿠리에서 새벽 여명까지 담으면

까치발로 기다리던 오누이들에게

선물처럼 조각보에 덮여오던 그 하얀 떡가루

 

떡가루 한입

입가에 듬뿍 묻힌 채 웃음 가득해지는 풍경

빛바랜 채 세월 속으로 멀어졌다가도

금세 색깔이 선명하게 번져가는

추억의 수채화 한 폭

 

송편 반죽이 오면

어느샌가 반달 송편이 가지런히 줄 서고

엄마의 시범을 흉내 내는

우리의 소꿉놀이도

삐뚤빼뚤 줄 서던 추석 전날

동그랗게 만들어 그 안에 소를 넣고

반쪽이 또 다른 반쪽을 만나

빈틈없이 봉합된 채

둥근 달보다 더 정겨운

반달로 뜨던 추석 전날

 

햇빛, 달빛과 함께 흐른 세월

맑은 바람 소리까지 뜯어온 솔잎 깔아

솥 바닥에서부터 은은히 올라온

맑디맑은 솔잎 향이

온갖 나쁜 기운 먼저 잡아

햇송편으로 익어가던 통과의례

 

지상에 뜬 수천, 수만의 반달이

천상에 뜬 보름달로 차오르길 소망하면서

함께 빚고 함께 나눈 송편

베어 물기 전 기대와 소망이

깨나 콩고물로 터져 나올 때

비로소 빛과 맛과 향이 하나 되어

해마다 온몸으로 흘러들었을 떡, 송편

하늘과 물과 마음에 뜬 잊지 못할 그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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