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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무렵 / 박남준

덕 산 2024. 9. 10. 07:58

 

 

 

 

 

추석 무렵 / 박남준

모처럼 동네가 흥청거렸다

우체국 앞 삼미식당도 찬새미 송어횟집도 동창회다 뭐다

밀려드는 주문에 일손이 달렸다

고작해야 경운기나 일 톤 트럭이 서 있던 길목마다

미끈한 자가용들이 줄을 지어 들어섰고

아이들이 청년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들썩거렸다

잔치는 짧다 울긋불긋

단풍 같은 고향을 매달고 사람들은 떠나갔다

마을 길은 텅 비어 해는 더 바짝 짧아지고

밤새 환하던 집들은 벌써 깜깜해졌다

늙은이들의 두런거리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 잔기침 소리 너머

꼬부랑 꼬부랑 고로롱 고로롱 풀벌레 소리

홀로 남아 등 굽은 가로등이 노안처럼 침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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