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무렵 / 박남준
모처럼 동네가 흥청거렸다
우체국 앞 삼미식당도 찬새미 송어횟집도 동창회다 뭐다
밀려드는 주문에 일손이 달렸다
고작해야 경운기나 일 톤 트럭이 서 있던 길목마다
미끈한 자가용들이 줄을 지어 들어섰고
아이들이 청년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들썩거렸다
잔치는 짧다 울긋불긋
단풍 같은 고향을 매달고 사람들은 떠나갔다
마을 길은 텅 비어 해는 더 바짝 짧아지고
밤새 환하던 집들은 벌써 깜깜해졌다
늙은이들의 두런거리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 잔기침 소리 너머
꼬부랑 꼬부랑 고로롱 고로롱 풀벌레 소리
홀로 남아 등 굽은 가로등이 노안처럼 침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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