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무렵 / 맹문재
흙냄새 나는 나의 사투리가 열무맛처럼 담백했다
잘 익은 호박 같은 빛깔을 내었고
벼 냄새처럼 새뜻했다
우시장에 모인 아버지들의 텁텁한 안부인사 같았고
돈이 든 지갑처럼 든든했다
빨래줄에 널린 빨래처럼 평안한 나의 사투리에는
혁대가 필요하지 않았다
호치키스로 철하지 않아도 되었고
일기예보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었다
나의 사투리에서 흙냄새가 나던 날들의 추석 무렵
시내버스 운전사의 어깨가 넉넉했다
구멍가게의 할머니 얼굴이 사과처럼 밝았다
이발사의 가위질 소리가 숭늉처럼 구수했다
신문대금 수금원의 눈빛이 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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