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서 / 류인서
동네 마트에서는 기우제 지내듯 연일 비의 음악을 틀고 있다
머리 위에 떨어지는 이 빗방울은 지난 세기의 빗방울,
거리는 빛의 제국이다
머리 위로 뜨거운 그림자를 쏟으며 공중 기차가 간다
선크림 허옇게 뜬 내 얼굴을 분장극의 입구라 하자
가면을 뚫고 나온 땀줄기가 목을 핥는다
노랫말을 찢고 나왔나, 침대보다 더 커다란 발을 가진 남자 둘
바닥뿐인 아이스크림 통을 젓다
열 수도 닫을 수도 없는 바깥을 향해 핑 핑 헛총질을 한다 빈손으로 뛴다
오늘도 화약 냄새 요란한 협곡,
퇴로 없는 정지화면 안의 탈주극,
떨어진 커다란 통꽃들이 열대의 나방처럼 기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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