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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덩어리를 얻는다. / 법상스님

덕 산 2024. 3. 30. 08:30

 

 

 

 

 

정보 덩어리를 얻는다. 

 

우리가 대하는 밥상은

하나의 정보 덩어리이다.

 

도시에 사는 평균인이 먹는 밥상을 들여다보자.

총각 회사원 박씨는 평소보다 늦게 퇴근하여

집 근처에 있는 통닭집에서 통닭 한 마리와 콜라 한 병,

그리고 후식으로 딸기 요구르트 한 개를 사들고 집에 돌아온다.

 

그는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TV를 켜고 그 앞에 가져온 음식을 펼쳐놓는다.

배가 고팠던 그는 우선 닭다리부터 뜯어내어 입에 물고

연신 리모컨을 돌리다가 평소 좋아하는 격투기 채널에 고정시킨다...

 

박씨는 이런 식으로 밥을 먹는 사이

엄청난 양의 정보가 자신의 몸 안에 축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것도 매우 불량한 정보가!

우리의 몸은 대단히 예민한 안테나와 같아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들인다...

 

들어온 정보가 그대로 빠져나가는 일은 없다.

일단 들어온 정보는 어떤 형태로건 흔적을 남긴다.

 

박씨가 먹고 있는 닭고기는 엄밀히 말해 닭의 형태를 띤 인조고기나 다름없다.

달걀이 부화되어 병아리에서 중닭이 될 때까지 닭이 겪는 인생은

그야말로 지옥 그 자체이다.

업자들이 원하는 건 오로지 닭의 형태를 띤 단백질 덩어리이므로

생명체로써의 닭의 존엄성이나 다른 생명과의 관계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닭들은 먼저 병아리 상태에서 전기인두로 부리가 지져진다.

서로 쪼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 과정에서 벌써 많은 병아리가 쇼크로 죽는다.

 

조금 더 크면 A4용지보다 작은 크기의 철망 안에

몸통이 갇힌 채로 머리만 밖으로 내놓고 온갖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뒤범벅된 유전자 조작 사료를 먹고 살을 찌운다.

 

 

 

 

 

 

 

사육되는 동안 수시로 살균소독제가 뿌려지고

사료에는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안정제 따위가 투입된다.

정상적인 닭은 자연수명이 평균 7년이지만

치킨집으로 가는 이 닭들은

호르몬제를 먹고 이상 발육하여 겨우 37일만에 도축장으로 끌려간다.

 

도축되기 직전의 닭들은 운동부족 상태에서 발육하여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지경이다.

연구 조사에 의하면 이 무렵의 닭들은

전염병만 안 결렸을 뿐이지 거의 질병센터나 다름없다.

주로 탈수, 심장질환, 관절염, 호흡기 질환 등이 발견된다고 한다.

 

또 다른 조사에 의하면

90% 이상의 닭고기는 닭암에 걸린 상태라고 한다.

하긴 어떤 동물이건 그런 조건에서 사육될 경우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도축 과정 또한 끔찍하다.

대부분 전기 충격으로 죽이는데 전류가 너무 세면 고기가 상하므로

그보다 좀 약한 전기로 기절만 시켜서 끊는 물에 넣는다.

그러니까 상당수의 닭들은 목숨이 붙은 채로 화탕지옥에 들어가는 셈이다.

 

문제는 닭들이 겪는 이런 끔찍스런 고통과 원한이

모두 닭고기 안에 정보의 형태로 저장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닭은 원한을 품으면서 자기 몸에 생물학적 독을 만들어 저장한다.

일종의 복수와도 같다.

 

이것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웃으면 엔돌핀이 형성되고 화를 내면 독성물질이 만들어진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이 병에 잘 걸리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이러한 닭고기를 먹으면 그 나쁜 정보들이 몸에 들어와

우리의 신경계와 순환계를 어지럽히고 우리의 영혼마저 흐리게 만든다.

 

이것은 비단 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기업식으로 사육되는 거의 모든 가축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우리의 밥상에 오른다.

이런 식사를 장기간 하게 되면

거의 대부분 나이에 상관없이 성인병에 걸리게 될 뿐 아니라,

성격마저 공격적으로 변하고 정서도 불안해진다.

 

박씨 같은 이는 격투기를 보면서 이런 음식을 먹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요컨대 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음식을 구성하고 있는 재료들의

성장과정에서부터 가공 처리,

운반되어 상점의 진열대에 오르기까지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건강한 음식은 이 과정 모두가 건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황대권 중에서...

 

이처럼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그대로

어떤 몸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결정적인 요인이 됩니다.

 

과연 내 몸에는

어떤 정보가 담긴 음식들이 들어 와

내 몸에 입력이 되어 있습니까?

 

박씨가 먹는 것 처럼

오염되고, 타락하고, 분열을 일으킨

그런 음식들이 고스란히 입력되어 있는

그런 음식들로 우리 몸을 만들어 가고 있지는 않은지요?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곧 업이라고 합니다.

업은 아뢰야식이라는 곳에 저장이 되었다가

그대로 인연이 화합할 때를 기다려 현행되곤 합니다.

 

마찬가지로 무엇을 먹었느냐 하는 것이

그대로 일종의 업력과 같은 형태로 저장이 될 것이고,

또한 그 저장된 정보는

또 다른 무수한 정보를 그 안에 내포화고 있을 것이며,

우리는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우리 몸에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분명한 지혜에 입각하여,

책임감 있게 먹고,

책임감 있게 살고,

내 삶에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게

몸과 입과 생각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하루,

그리고 지난 일 주일 동안,

그리고 내 먹는 일상에 대해

가만히 돌이켜 비추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그대로 내 몸을 만들고

내 정신에 밑거름이 되어

나의 존재를 형성해 갈 것입니다.

 

--- 법상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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