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기도 / 박찬일
어느 날
요원한 지구별에서 한 주기의 순례를 끝내고
마지막 숨결이 바람으로 흩어지는 날
그리고 제 마지막 호흡이 신께 도착하는 날
삶이 고단하였다 분노하게 하지 마시옵고
소나무위에 걸린 눈처럼 아름다웠다 말하게 하소서
걸어온 모든 일상이
재난과 악의 빙판길 위험으로부터 생겨난
경계의 두려움이 아니라,
일출에 대한 경외심에
절로 무릎 꿇게하는 두려움.
당신께 바치는
거룩한 순종에서 솟구쳐 나오는
경건과 경외의 두려움이게 하소서
바라옵건데
몰라서 아니 두려웠다하여
악을 행하지 말게 하시고
두려워 상대를 먼저 죽여야 하였다
말하지 말게 하시고
홀로 걸어왔다,
신을 모른다 말게 하소서.
언젠가 그토록 오고 싶었던 오늘이자
내일이면 다시
추억의 오늘로 돌아가고 싶은
그런 오늘의 해가
뜨고 있나이다.
부디 오늘도
스스로 미물되는 일 없게 하시옵고
땅이 멀고, 하늘이 스스로 높은 줄 알아
신을 닮은 얼굴
부끄럼없이 걸어왔다
말하게 하여 주소서.
훗 날 제게
「네가 떨고 있느냐?」
물으시면
「동행하고자 하였으나,
언제나 못미침으로,
정녕 두려워 떨고 있나이다.」
경건히 대답하게 하소서.
세상 다수가
눈물 많은 삶들이옵니다.
티끌 날리는 바람에서도
그들 모두가 맑은 눈물로 자기 눈을 씻어내어
바로 보고
옳은 말 가려 듣고
바른 입으로, 바른 길 걸어가도록
1월의 걸음을, 아침을
부디
기억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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