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에 / 김남조
이 깨끗한 아침
두렵고 허전한 마음이
눈을 맞는 나무처럼 생각에 잠긴다
바람에 불려
먼 곳으로 가버린 꽃의 씨앗들
꼭 그처럼
내가 흩어버린 것들이여
뉘우침도 불도
말 없는 말도
안녕
더럽혀지지 않은
돌기둥 하나
크고 거룩하게 남으니
이는 내 믿음이요
다시 소망이니라
날이 날마다
내가 잠들 때 가장 마지막까지
내가 깨어날 때 맨 먼저
함께 있어 주는 눈매
쓸쓸하나
아름다운 음악
이는 내 영광이요
다시 곧
사랑이니라
이 간절한
새해 첫새벽
기도를 올리는 나무처럼 내가 있다
소중한 사람이여
그대 큰 기쁨 누리시면
나도 기쁘리라
어여쁜 아기
너에게 큰 기쁨 있으면
나도 기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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