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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절기(冬節期) / 박인걸

덕 산 2023. 1. 10. 14:53

 

 

 

 

 

동절기(冬節期) / 박인걸 

 

 

나는 동로(冬路)에 서 있고

한기(寒氣)가 옷깃을 파고든다.

종심(從心)의 길목은 가파르고

발걸음은 천근(千斤)이다.

 

벌판에는 찬바람이 불고

풀잎처럼 가슴은 흔들린다.

하늘은 언제나 무한(無限)하나

유한(有限)한 자신이 가엽다.

 

그토록 기탄(忌憚)없던 기백은

된 서리 맞은 듯 두렵고

슬관절(膝關節) 내장 증에

자신감마저 느리고 둔하다.

 

석양길이 한 없이 서글퍼

애꿎은 연륜(年輪)만 탓하니

날아가던 기러기가 끼룩거리며

측은한 양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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