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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겨울 나들이 / 권오범

덕 산 2023. 1. 9. 06:20

 

 

 

 

갈 곳 없는 겨울 나들이 / 권오범

 

 

무상임대로 동거해온 가난한 고독

툭 하면 싹수없이 발끈거려

술로 버르장머리 달래주다 되술래잡혀

버스라도 타야 잠잠해지니 나 어떡해

숨 넘어가게 잡죄는 고집

누그러뜨릴 핑계조차 없어

우는 아기 둘러업고 뛰쳐나가듯

선바람에 목적지도 없이 나선 몸뚱어리

우연만하면 버티던 한강마저

둑 밑에 감춰둔 투명이불 끄집어내 덮은 한낮

다리 건너는 지하철 유리창에 얼어붙은 것은

힘빼문 칼바람 입김인가

주먹쥔 채 손날 도장 찍어

검지로 다섯 점 찍어 완성한 발바닥 그림 사이로

시시풍덩한 풍경 끌어당겨 보니

물방석 마땅찮아 휘청대는 철새들 뿐

세상이 빙하기로 접어든 것 같은

살벌한 이 시간

나 시방 어디에 부려져

뭘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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