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겨울 나들이 / 권오범
무상임대로 동거해온 가난한 고독
툭 하면 싹수없이 발끈거려
술로 버르장머리 달래주다 되술래잡혀
버스라도 타야 잠잠해지니 나 어떡해
숨 넘어가게 잡죄는 고집
누그러뜨릴 핑계조차 없어
우는 아기 둘러업고 뛰쳐나가듯
선바람에 목적지도 없이 나선 몸뚱어리
우연만하면 버티던 한강마저
둑 밑에 감춰둔 투명이불 끄집어내 덮은 한낮
다리 건너는 지하철 유리창에 얼어붙은 것은
힘빼문 칼바람 입김인가
주먹쥔 채 손날 도장 찍어
검지로 다섯 점 찍어 완성한 발바닥 그림 사이로
시시풍덩한 풍경 끌어당겨 보니
물방석 마땅찮아 휘청대는 철새들 뿐
세상이 빙하기로 접어든 것 같은
살벌한 이 시간
나 시방 어디에 부려져
뭘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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