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사랑한 날
- 신 성 호 -
무척이나 춥고 앙증맞고 을씨년스러운 날씨다
날으는 새들도 어디에 앉아 바람을 피해 쉬어야 편할지
산야를 뒤지며 먹을 것과 쉴 곳을 찾는 들짐승들
춥거나 혹은 더울지라도 묵묵히 살아가는 물고기들도
인내와 끈기의 한계를 들어 내놓고 잠시라도 피하고 싶은
솔직한 심정 뿐이리라
만물의 우두머리인 사람들이라도 어찌 피할 수 있으리
가슴속을 파고드는 삭풍의 휘몰이에 체온은 내려가고
얼굴을 스치는 칼바람은 금방이라도 살점을 도려낼듯 들이대니
겹겹이 입은 옷맵시로 그 모든것을 감당 할수 있으랴
하늘은 푸르디 푸른데 나무가지 사이로 내달리는 바람은
괴성을 지르며 먼 산비탈을 향하여 내달린다
언제부턴가 차곡차곡 쌓인 눈들이 소스라치며 회오리를 일으키며
잠자던 소나무를 흔들어 겨울잠을 깨우고 만다
그래도 우리에겐 따뜻한 봄날이 있었고
무덥고 지루했던 여름날이 있었지만
그 모든것이 이렇게 우리곁에 머무는 겨울을 위하여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무성한 잎과 연약한 가지들을 죄다 희생하며
겸손한 모습으로 겨울을 사랑하는 날을 맞이하니
참된 생명의 아름다운 희생은 사랑보다 더 훨씬 멋져 보인다
반응형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절기(冬節期) / 박인걸 (0) | 2023.01.10 |
---|---|
갈 곳 없는 겨울 나들이 / 권오범 (0) | 2023.01.09 |
겨울 초상(肖像) / 이수익 (0) | 2023.01.06 |
시간과 삶 / 안성란 (0) | 2023.01.05 |
나의 겨울들 / 김행숙 (0) | 2023.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