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절기(冬節期) / 박인걸
나는 동로(冬路)에 서 있고
한기(寒氣)가 옷깃을 파고든다.
종심(從心)의 길목은 가파르고
발걸음은 천근(千斤)이다.
벌판에는 찬바람이 불고
풀잎처럼 가슴은 흔들린다.
하늘은 언제나 무한(無限)하나
유한(有限)한 자신이 가엽다.
그토록 기탄(忌憚)없던 기백은
된 서리 맞은 듯 두렵고
슬관절(膝關節) 내장 증에
자신감마저 느리고 둔하다.
석양길이 한 없이 서글퍼
애꿎은 연륜(年輪)만 탓하니
날아가던 기러기가 끼룩거리며
측은한 양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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