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겨울들 / 김행숙
비릿한 냄새 풍기는 용대리 언덕
혹한에 꾸덕꾸덕 마르는 명태
벌린 입에는 가득 눈을 머금고
흔들흔들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황태로 익어가는 덕장
내게도 눈보라 속의 명태처럼
내걸린 때가 있었다
병원에서는 더 두고 봐야 안다고 했다
어디론가 사라지려는 의식을 붙잡으며
나는 얼었다 녹았다 했다
그렇게 하면서 익어갔을까
명태껍질에 윤기가 돌기까지
엷은 햇살에 의지한 채
찬바람 속에 , 거친 눈발 속에
혹독한 시련 견디던 나의 겨울들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 바람소리
영 봄이 올 것 같지 않던 그런 날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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