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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운명 / 임문석

덕 산 2012. 8. 31. 13:27

 

 

 

라면의 운명 

             - 황학 임문석 -



산야가 서서히 단풍으로 불붙어 가니까,

인간의 입맛 변화도 요동을 치는가 보다

정갈하게 아리수의 풀로 어를 만들어 놓고

불 제비의 기분을 살려 쌍쌍 파티를 벌이고

서둘러 춤추도록 분위기 끓어 올리기 시작 한다


일찍이 인간의 마술에 걸려 허리 구부러진 체

굳어서 잠든 면발이 물을 만나자 자유를 얻고

오랜만에 널찍한 수중 풀로 어에 뛰어 들어간다


아직 엷은 안갯속 모락모락 스텝 밟는 동안

미라였던 몸으로 해 묶은 긴장 차츰 풀리지만

그래도 뻣뻣한데다. 표정은 굳은 상태이다.


보컬그룹의 음악이 보글보글 흐르기 시작하고

누그러지는 몸 우선 블루스, 지르박을 시작하여

차츰 빨라지는 박자 맞춰 엉킨 스텝으로 막춤 추니까

얼큰한 향료 알코올 수프를 첨가해 주어서

분위기 오른 취기에 격렬한 박자가 형성되자

이젠 모두 멋들어진 브레이크 댄스로 바꿔 간다


다투어 빙글빙글 돌고 돌며 재간을 부리는가 하면

거꾸로 넘고. 서는 재주가 끝일 줄 모르다가

숨 가쁘게 지쳐가는 몸들이 흐물흐물 퍼지자

쌍쌍의 면발과 아이돌 수프가 합동 브레이크 댄스 춘다.


노란 제복의 구경꾼 계란이 흥에 겨워 끼어들어

함께 어우러지더니 특유의 누런 향기를 내 뿜는다.

처음부터 지켜본 주관자와 참관자의 인간 식욕을

한껏 자극해 대니 그들은 군침을 흘리다가

말초 신경 주체 못해 침 넘는 소리가 빈번해 가더니

참지 못하겠는지 갑자기 불 제비를 몰아내니까?


따라서 음악 밴드도 동작을 멎고 나가버리고

풀로 어는 면발과 수프의 사랑이 엉긴 신혼방이 되었다

면발의 사랑 익을 대로 익은 신혼의 구수한 깨소금 맛

이제나저제나 엿보던 야비한 참관자들이 달려들더니

알맞게 물 먹어 적당히 살이 오른 면발의 단체를

인정사정없이 젓가락 휘둘러서 잡아 먹어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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