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가을 연가<메뚜기와 검정 고무신>

덕 산 2018. 9. 12. 14:14

 

 

 

 

 

 

 

조성구(yeo***) 2018-09-09 14:12:44

 

추석을 앞 둔 시절 쯤 될까?

예나 지금이나 메뚜기가 별미기는 마찬가지겠다.

시원한 맥주 안주로 더 할 나위 없는 것이지만 어릴적엔 도시락 반찬이며

간식원의 하나였으니

오늘 같이 하늘 파란 날 떠오르는 아득한 추억 하나

 

학교 다녀 와 책 보따리 마루에 내던지고,

쇠풀 한 짐 베어다 놓으면 이즈녁한 오후 쯤 될까?

앞 집 순영이, 병찬이 , 호일이 담 너머에서 나 찾는 고함소리 들린다.

 

< 성구야 메뚜기 잡으러 가자 ~~ >

 

계집아이 서넛, 사내 녀석 몇 이 줄지어 들녘으로 나선다.

계집아이들은 치렁대는 치마를 고무줄 바지안에 불룩하니 집어 넣고,

재빠른 녀석은 언제 준비했는지 사이다병 손에 들었다.

일 욕심 많은 나는 막소주 댓병을 조그만 손에 힘겹게 들고 나선다.

 

병이 없는 애들은 강아지 풀을 뽑아 메뚜기 뒷 목으로 쏙쏙 꿰 뚫어 넣는다.

타악 타악, 볏 잎 사이로 튀는 메뚜기 떼들, 볏 잎 색갈과 흡사하여 한 참 잡다보면,

연갈색 볏 잎과 메뚜기가 어우러져 잘 뵈이지 않는다.

 

마알간 볏 잎 사이에 앉아 있는 녀석을 손바닥 펴 움켜 잡고 볏잎 위로 함께 훑는다.

녀석도 꾀가 있는지 살며시 잡으려 손 내밀면

볏 잎 뒤로 살며시 발거름 몇 번 움직여 숨는 꼴이란 기막히다.

 

조그만 것 들도 배알있어 속 경쟁으로 서로 더 잡으려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어느덧 호로병에 가득차서 더 담을때 없으면 강아지풀 쭈욱 뽑아 줄줄이 엮는다.

손에는 메뚜기의 비릿한 갈색 피(?)가 손에 끈끈하고,

 

<이제 그만 집에 가자 !>

 

게중 나이 더 먹은 엉아가 소리치면

그제야 뉘엿뉘엿 해지는 들녘을 빠져 나온다.

 

집에오면 들에 나간 아부지 어무니 아직 안오셔서 한적하고 적막하다.

잡은 메뚜기를 어떻한다?

부엌으로 가 무쇠솥 셋중 가운데 빈 솥 뚜껑을 열어본다.

비어 있다. 옳지 여기다 넣었다가 어무니 오면 볶으면 되겠지.

솥 뚜껑을 내 팔뚝 겨우 들어 갈 만치만 열고 메뚜기 담은 병 뚜껑을 열어

쏟아 넣으려니 너무 빽빽해서 잘 안빠진다.

 

뚜껑을 더 열고 병을 흔들어 빼낸다.

아직 살아있는 메뚜기들이 솥 안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겨우겨우 넣고, 밖에 나오면,

아이고 그때서야 뒷 산에 매어 둔 소 생각이 그제야 났다.

 

소 고삐 풀어 풀 뜯어 먹이고 저녘 쯤 외양간까지 몰아 넣는게 내 몫인데,

메뚜기 잡는데 정신팔려 우리집 상전 소를 굶기게 되었으니 날 벼락감이다.

마침 둘째 엉아가 아버지와 같이 들에서 돌아오는 기척소리 난다.

아부지보다도, 호랑이보다도 더 무서운 둘째 엉아다.

 

< 성구야,소는 어떻허고 집에 너만있니?>

 

부엌 문 앞에 서있는 나는 두려운 마음에 두손 모데어 잡고 비비 꼰다.

 

<소는 어찌했냐 ?>

<그냥 뒷산에 ~~ > 모기만한 소리.

부엌의 솥 속에서 탁탁 메뚜기 튀는 소리가 들리고.

< 이노무자식, 너 또 딴 짓 했구나 엉? 어디보자 너 이누무자식 너보고

누가 메뚜기 잡아 오랬냐?>

성질 괴팍한 엉아가 솥 뚜껑을 획 제켜 버린다.

 

 

 

 

 

이를 어쩌나.

환생하려는 메뚜기들이 부엌으로,

나뭇간으로 이리뛰고 저리뛰고 부엌은 아수라장이다.

<늦더라도 얼렁가서 소 꼴 배불리 먹이고 들어와 그러기 전에 들어오지 말어!>

아이고, 어느 상전이라고 거역할꺼나

 

뒷산에 오르니 이 누렁이 황소 눈 껌벅거리며 날 쳐다 보고있다.

홧김에 싸릿채로 엉덩짝을 한대 후려쳤다.

놀란 이놈이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큰일이네 제멋대로 이리 저리뛰고 논 길 쪽으로 뛴다.

재빨리 쫓아가려니 신발이 훌렁 벗겨진다.

 

신발 줏으려 되돌면 소와 간격 더 멀어질까

한쪽만 신은채 뒤따라 뛴다. 소 뜀박질을 어찌 따라붙을소냐

소는 논 저켠으로 뛰어가고

허리춤은 자꾸 흘러내려 한손으로 고의춤 부여잡고뛴다.

한참을 뛰던 우리 소가 어슬렁거리며 뜀박질을 늦춘다.

보니, 앞 집 순이네 소 암놈이 아직 그곳에 매어 있었다.

 

암놈 주위에서 빙빙돌고 있는 소를 겨우 달래서 집을 향해 오는데,

주위는 벌써 어둑어둑해져 있다.

 

그제야 벗겨진 한 쪽 신발 생각이 났다.

소를 외양간에 묶고 신발 찾아 나선다.

더듬더듬 이쯤일까 저쯤일까 어둠에 맨 발로 더듬으면,

쇠똥, 돌 뭉치가 밟혀,

 

<아이고 내 발아 > 돌뿌리에 채였다.

아무리 찾아도 신발이 없으니 큰일이다.

 

당장 내일 아침엔 뭘 신고 학교를 가야하나?

집에와 대충 밥 먹고 누웠어도 잃어버린 신발 걱정에 잠이 안온다.

엊그제 어무니가 새로 사온 신발인데 잃어버린 뒷 감당을 어찌해야하나.

 

아침 새벽에 일찍 일어나 이슬 내린 논 뚝길을 두리번거리며 찾아 나선다.

한참을 그리하다 벼 사이에 낀 신발을 발견한다.

! 이리 반가울수가.

신발을 신지도 않고 고이고이 들고

개울까지 와서 깨끗히 씻어 두 손에 받쳐들고 맨발로 집을 향한다.

 

아 그놈의 메뚜기 때문에 이 날 고생이라니

어린 마음에도 메뚜기가 싫어졌으나,

 

그 다음날,

 

또 그 다음날에도 파란 하늘 저 멀리 들녘에선,

아이들과 함께 녀석은 메뚜기를 잡고 있었다.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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