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승재 기자
입력 2018.08.31 03:00
탑골공원 반값 가게들, 최저임금 인상·손님 줄어 이중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이발소들은 올해 이발비를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렸다.
최저임금 인상과 재료비 상승 때문에 1998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가격표를 다시 썼다고 한다.
서울의 다른 이발소에 비해서는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이 일대 이발관 주인들은
"이러다 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낙원 이발관' 사장 김광래(72)씨는 30일 "손님이 끊이지 않고 들어와야 인건비라도 건지는데,
요금을 500원 올린 뒤로 손님이 줄어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일부 손님들은 "왜 이발 값을 올렸느냐"면서
예전 가격인 3500원만 던지듯 주고 가버리기도 했다. 단골손님인 이종길(78)씨는 "하루에 3000~5000원을 쓰는
노인들한테는 500원도 큰돈"이라며 "원래는 한 달 주기로 머리를 다듬었는데,
요즘은 이발비가 부담돼 40일에 한 번꼴로 여기를 찾는다"고 했다.
탑골공원 뒤편 골목에는 식당 18곳, 이발소 7곳이 늘어서 있다. 음식 값, 이발비가 주변의 절반 수준이어서
1990년대부터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노인이 많이 찾는 곳이다. 상인들은 1997년 말 IMF 외환 위기 때
세운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을 20년 넘게 고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곳 상인들은 이런 전략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재료 값은 오르는데 노인들이 전보다 지갑 열기를 더 망설여
이대로는 가게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황태 해장국 한 그릇을 2000원에 파는 식당 주인 박복림(71)씨는 올 들어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박씨는 3500원이던 해장국 가격을 1998년 IMF 외환 위기 때 2000원으로 낮췄다. 실직자, 노인 손님이
많이 찾아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올 들어 배추와 시래기 등 재료 값은 올랐는데 손님은
20~30% 줄어들면서 해장국 가격을 500원 올릴 계획이다. 박씨는 "주변 식당들에 가격 인상을 제안하긴 했는데
아직 답을 듣지 못했다"며 "나 혼자 올렸다가 손님이 더 줄어들면 어쩌나 걱정"이라고 했다.
주변 식당 주인들은 "한 그릇에 2000원짜리 음식도 못 사 먹는 노인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무료 급식소로 사람이 몰린다는 것이다. 탑골공원 무료 급식을 주관하는 심곡암 회주 원경 스님은
"2015년엔 평일 점심 기준으로 120명가량이 왔는데 올해는 180명 수준으로 50% 증가했다"며
"노숙인이나 극빈층 노인이 아닌데도 한 끼 해결하고 가는 노인이 적지 않다"고 했다.
상인들에게 "500원 인상을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하자 "이 주변 커피 자판기를 보면
그런 말 못 한다"고 했다. 노인들이 식후 디저트로 즐기는 커피 한 잔은 5년 전에 100원에서 200원으로 값이 뛰었다.
탑골공원 뒷골목에 있는 커피 자판기 3개를 운영하는 고한순(63)씨는 "100원일 때는 하루에 2000잔이 팔렸는데,
재료 값 인상으로 200원으로 올리니 하루 500잔밖에 팔리지 않아 매출이 줄었다"고 했다.
- 출 처 : 조선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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