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훈(ich***) 2018-01-05 00:59:41
한동안 도움을 요청하거나 조언을 부탁하는 사람들에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도움을 주려는 의욕이 앞서 이런저런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주제넘고 무모한 일을 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외면하기 어려워 자신이 할 수 있었던 범위 안에서 도움과 조언을 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 사람의 사정에 깊숙히 개입했던 것은 아니지만 잘못과 과오를 약간 지적해주고 조언하며
당면한 어려움을 참고 견뎌내 보라는 그 사람의 실망과 좌절을 제어해보려는 정도였다.
이런 조언이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견뎌내고 있는 당사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알 수는 없었지만 나의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은 가능하다면 해주고 싶었던 순간들이었다.
그동안 순탄하게 잘 나아가던 사람들이 경험하게 되는 어려움과 힘든 과정들은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이 겪게 되는 고통보다도 훨씬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어린 시절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고 별다른 이변도 없이 순탄하게 학창시절과
사회생활을 해오던 사람들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뜻밖의 실패에
의한 심각한 실망과 좌절로 인해 마음의 혼란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게 된다.
반대로 겉으로 보기에는 부드럽고 순하게만 보이지만 역경에 부딪치게 되면 해내기
어렵게 보였지만 의외로 침착하게 난관을 헤쳐 나아가는 강인함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입장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사자를 위해 조언과 충고를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지금 다시 돌아보면 부족하고 아쉬웠던 일들이 많이 있다.
우선 당사자가 한일에 대해 이런 일들은 잘한 것은 잘했다. 그 밖의 일들은 이렇게 하지 말았어야했다 라는
너무 아쉬웠던 일들을 조언하고 당사자가 했던 나머지 일들은 이런 실수와 과오를 범하게 되어
지금의 어려움과 난관이 발생했다 라는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라고 정확히 지적했어야 했다.
자신과 친밀한 유대관계와 사적인 가족관계로 인해 상대의 감정과 눈치를
살펴보느라 하고 싶은 말보다는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두리 뭉실하게 조언한 것 같았다.
한마디로 객관적이고 정확한 시각보다는 주관적인 사고에 의한
어설픈 위로와 감싸주기 식의 충고와 조언을 한 적도 많다.
반대로 친한 관계라는 것만을 믿고 자초지종도 들어보지도 않고 왜 이런 잘못과 과오를
저지른 것이냐고 다구치는 심한 질책과 지적을 해 서로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낸적도 있다.
지금의 입장은 과거의 상황과 다르게 많이 변화되어져 있는 것일까? 상대가 상처받지 않게 배려하고
눈치를 보아가며 어느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지지 않고 지나치게 감성적이지 않고 중립적으로
당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균형 잡히고 객관적인 충고를 할 수 있게 되었는가
자신에게 물어보지만 대답은 그렇지않다 라고 말하게 된다.
왜 과거의 아쉬움을 반성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하는 것인지 생각해보자.
우선 가족의 형태가 과거와 전혀 다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님, 많은 형제들로 구성되었던 가족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핵가족형태의 단촐한 가족들이고 식구수대로 일하지 않고서는 자식들을
제대로 공부시키기도 어렵고 생활을 꾸려가기도 어렵다.
바쁜 사회생활로 인해 서로 만나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기조차 쉽지 않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고 고민을 상담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주위의 직장동료 뿐만 아니라 선후배, 친구조차도 공동체의식보다는
각자의 개인생활에 치중하다보니 누구에게 상담하고 조언을 구하는 일들이
부담스럽고 자신의 속마음을 남에게 들어내는 것 같아 주저하게 된다.
과거에는 상대가 어떤 말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그것이 옳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할지라도 일단 상대의 의사를 듣고 반박하곤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상대와 자신의 생각과 주장이 다르다고 판단하게 되면
더 이상의 대화와 토론을 중단하고 상대를 공격하고 혐오하게 된다.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의견, 행동을 더 이상 그대로 듣고 보며 참고 있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유 불리와 이해관계에 따라 유권해석을 하는 자기개성이 강한 시대가 된 것 같다.
자신에게 어려움을 호소하고 조언을 부탁하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없지만 마음을 터놓고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아니라면 섣불리 상대를 지적하고 충고하는 기회는 더 이상 갖기 어려울 것 같다.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