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추워봐야...

덕 산 2017. 12. 13. 10:10

 

 

 

 

 

 

 

 

김홍우(khw***) 2017-12-12 16:41:47

 

너도 추우니까 정신이 드는 모양이구나..”

여름 내내 뻑뻑하고 잘 안 닫히던 화장실 문이 겨울이 되니까 잘 닫힙니다. 그렇습니다.

겨울추위에 나무 문짝이 수축되어 부피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여름에는 낑낑 밀고 주먹으로도

쿵쿵 치기도 하여야 했던 문이 이제는 슬쩍만 밀어도 잘 닫히는 즉, 말 잘 듣는 화장실 문짝이 되었습니다.

기온 차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기는 합니다만 물끄러미 그 문짝을 바라보면서 이것저것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기찻길 철길 레일도 겨울이면 오그라들고 여름이면 늘어나기에 처음부터 간격을 떼어 놓는다고 하지요.

집안에도 계절 온도에 따라 크고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들이 많이 있고 심지어는 커다란 수 십층 빌딩도

유치원 아이들의 표현처럼 겨울에는 작아지고 여름에는 커지는현상이 반복 된다고 합니다.

물론 사람의 육안으로나 느낌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정도이기에 그저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생각만으로도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또 어쩐지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그러므로 나무를 다루는 목수들은 그러한 것들을 감안하여 정도를 맞추어 놓는다고 하는데 저희 집 화장실 문은

그 정확한 계산에서 조금은 빗나간 것 같습니다. 현관, 안방, 등 다른 문들은 그런 일로 속 썩이지 않는데 그 문만

매년 그러하니 말이지요. 그래서 어떤 때는 닿는 부분을 약간 깎아 내기도 하였습니다만 그것도 한계가 있고

약간 나아진 정도가 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여름에는 말 안 듣고 겨울에는 말 잘 듣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겨울 추위는 사람들의 말이나 글 속에서 흔히 고생과 곤란 등 어려움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많이 쓰입니다.

춥고 배고프다’ ‘얼어 죽었다’ ‘얼어붙었다등으로 그렇습니다. 반면에 여름 더위는 덥고 배고프다라던가

더워 죽었다라는 말이나 표현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어서 사람들에게는 추위보다는 더위가 훨씬 지낼 만 한

것이로구나 생각됩니다. 그래서 일까요.. 성경 속에서 예수님도 환난의 날이 겨울에 닥치지 아니하도록 기도하라.”

심판의 날에 환난을 겪을 사람들을 향한 안쓰러움을 표현하십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양 속에서도 여름준비라는 말 보다는 겨울준비라는 말이 훨씬 익숙합니다. 그래서 김장도 하고

동파사고의 점검도 하고 자동차 타이어도 갈아 놓고.. 특히 이 곳 산골마을에서는 겨울을 지낼 장작도 많이 준비하여

쌓아 놓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들려오는 이런 저런 겨울철 사고소식들을 때면 쯧쯧 마음이 아파지곤 합니다.

그래요.. 이곳 강원도 산간 마을에 사는 사람들도 겨울철이 되어 모든 것이 얼어붙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는 강원도는

겨울이 특히 힘들지요..”하는 이야기들을 이웃이나 또는 우리 마을을 방문하신 분들과 하곤 하지요.

 

벌써 한 반세기 전 저 어렸을 적에 당시의 어르신들로부터 춥고 배고파 봐야 정신을 차리지..”하는 탄식의 말씀들을

여러 번 들은 기억이 납니다. , 너나없이 가난했고 배고팠던 시절 1960년대였기 때문이었겠지요. 추운 겨울에도

맨발이나 혹은 구멍이 숭숭 난 허름한 양말에 검정 고무신을 신고 학교에 오던 친구들이 생각납니다.. 그때가 유난히

더 추웠던 것일까.. 여름에는 옷소매로 쓱 문질러 닦던 코딱지도 겨울이 되면 딱딱 떼어내야 했습니다.

요새 코 흘리지 않는 아이들은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춥고 배고파봐야..”

 

라는 말을 가만히 보면 춥고가 항상 먼저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배고프고 추워봐야라는 식으로

어순이 바뀌어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그렇게 들어 본 기억도 없습니다. 그것은 곧 배고픈 고생보다도

추운 고통이 더욱 견디기 어렵다는 묵시적 암시가 들어있는 것일까요.. 하긴 늘 배부른 사람은 추위에

고통 받을 일도 별로 없겠지요. 그만큼 사는 형편이 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춥고 배고픈

고통과 어려움은 겨울만 되면 득달같이 달려와서 가난한 사람들의 멱살을 부여잡고 흔들어 대기를 거듭하곤 합니다.

이 시달림을 이겨내지 못하고 비극적 결과와 모양에 이르는 음지의 이웃들이 지금도 우리 곁에 여전히 있습니다.

 

50년 전 검정고무신 시절과 코딱지 시절에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고통 받는 이들이 있으니.. 옛 어르신들이 하시던 가난은 임금님도 못 말린다.

는 말이 생각납니다. 1인 천하 무소불위의 권세와 권력을 가지고 백성들을 다스리던 임금님도 할 수 없었으니

지금의 선출직 대통령이나 각료들 그리고 국회의원들의 힘쓰고 애씀에도 이렇듯 한계가 있는 것일까요..

하긴 그래서 예수님도 가난한 사람들은 항상 너희 곁에 있느니라.”고 말씀하심으로 가난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을 말씀하신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또한 그 말씀은 그러므로 가난으로 고통 받는 이들은

항상 있게 마련이니라.’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너희들이 도와줌으로 그 고통을 덜어 줄 수도 있고

없애 줄 수도 있다라는 권면과 종용의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단순도식으로 말하자면 춥고 배고픈사람들은 가난한사람들입니다.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가난을 없애려고

많은 노력들을 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돈을 많이 버는 것즉 국가 경제가 더 좋아지고 이른바 국민 개인 소득이

몇 만 불이 되고.. 하는 식의 목표의 설정이나 이룸으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살사는 나라 미국이 또한 세계에서 거지가 가장 많은 나라 1위의 자리를 늘 차지하고도 있는 것이지요.

, 돈 많은 나라나 돈 많은 사람이 된다고 춥고 배고픈이웃들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나누고 더욱

베푸는 사회가 될 때에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경제학자는 물론 아니며 부()와 빈()의 상호작용원리에

대하여서도 전혀 문외한이기에 논리적으로 파악하고 조리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상기함이 막연한 것은

아니고 누구나가 인정하는 상식의 기초 위에서 어렵지 않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시는 중에 추워보셨습니까 배고파보셨습니까.. , 겨울철에 입을 것 덮을 것이 없어서 헐벗고

먹을 것이 없어서 굶주려 보셨습니까.. 아니라면 다행입니다. 저 역시 가난한 시절을 지냈고 또 지금도 역시

가난하기는 하지만 겨울철에 입을 옷이 없어서 추위에 떨어보지는 아니 하였고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야 했던

날들을 경험해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도 감사한 것뿐이지만 그러한 지난 날들을 돌이켜

보면서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은 춥고 배고픈이들의 모습이 그렇지 아니한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 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내 곁에 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바로 내가 그들 속에 있으며 늘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이 필요하며 이론이 필요하고 논리가 성립되어야 하겠습니까... 그저 내 주변에 있는 추운이들의 추위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배고픈이들의 허기를 작게라도 달래 주는 것이 지금 내가 하여야 할 마땅한 일이며

그 일로 오히려 나의 삶의 풍성함과 넉넉함을 이루는 것을 삼아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춥고 배고픈 곤경의 날이 나의 일로 닥치지 말아야 할 것이지만, 그러나 재수 좋게 환난과

조우하지 아니하는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지금 내가 더울 때지금을 나보다 훨씬 더 추울 때

지내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 ‘사회공동체라는 문틀에 나를 잘 맞추어 놓는 사람이 되어서 여름에도

겨울에도 잘 여닫히는 아름답고 말 잘 듣는문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휴 오늘 아침 화장실 문짝을 바라보면서

깨달은 것이니 조금은 우습기도 하지만.. 유익을 준 것만은 확실합니다.

허허 좋은 날 평강의 날들이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산골어부 20171211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카게 삽시다.  (0) 2017.12.15
주례 답례품   (0) 2017.12.14
몰빵유행의 문제점   (0) 2017.12.12
상대의 말과 행동도 듣고 보는 여유를   (0) 2017.12.06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   (0) 2017.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