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 이영균
빗줄기 세찬 어둠의 끝
서늘한 마음 서성거린다.
회상, 애써 빗물에 씻어내는 후회스러움
참호 속 눈동자 검게 부풀어 오르던
굳은 무언의 언약
세찬 물기둥에 둘러싸이던 밤
삶과 죽음 앞에서의
어쩜 신과의 맹세였을지도 모른다.
평생 가슴을 놓아주지 않는
푸른 유혈의 고통
그날의 비명 아직도 세차기 때문이다.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장마의 그 끝엔
무성한 전선의 포성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먼 훗날
그래도 포성보다는
그 밤은 심한 장마였다고 기억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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