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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 이영균

덕 산 2025. 9. 18. 19:15

 

 

 

 

장마 / 이영균

빗줄기 세찬 어둠의 끝 
서늘한 마음 서성거린다. 
회상, 애써 빗물에 씻어내는 후회스러움 
참호 속 눈동자 검게 부풀어 오르던 
굳은 무언의 언약 
세찬 물기둥에 둘러싸이던 밤 
삶과 죽음 앞에서의 
어쩜 신과의 맹세였을지도 모른다. 

평생 가슴을 놓아주지 않는 
푸른 유혈의 고통 
그날의 비명 아직도 세차기 때문이다.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장마의 그 끝엔 
무성한 전선의 포성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먼 훗날 
그래도 포성보다는 
그 밤은 심한 장마였다고 기억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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