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애無㝵 / 淸草배창호
산다는 건 오직 사람이 하는 일인데도
욕망을 다스리는 길을 잃어버렸으니
해서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이 있는데
허하고 피폐한 몸꼴로 사선을 그어 놓고
엄동 밤 찬 서리쯤이야 객기를 부린다
한기에 비틀거리는 틈새에도
생명이 잉태되듯이 머문 자리가 아름다운
동녘의 햇살은 환희로 몽매하듯
전신에 떨림으로 요동치고 있건만
시대의 변천에서 권불십년은 옛말이 되었는데
무소불위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듯
사상누각인 줄은 꿈엔들 생각했을까,
역사는 단죄로 국운의 운명을 걸었으니
삿된 몽환에서 깨어날 수 있다면
교만에 찬 무지를 쉬이 끊어낼 순 없어도
일장춘몽의 재만 남긴 바람 앞에 등잔불,
풍미風靡의 광야에 몰아치는 회오리의 끝판이라도
쪽빛에 떠다니는 일 없다는 달을 보고 있노라니
망상에서 벗어나, 계수나무에 회한의
의미 없는 무애無㝵하나쯤 걸어두고 싶은데
본연本然을 읽지 못한 무상한 족적을 갈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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