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다 바람이야...

덕 산 2012. 6. 25. 10:45

 

 

 

다 바람 같은 거야.

뭘 그렇게 고민하는 거니?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 건

다 한 순간이야.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야.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야.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돌지.

다 바람이야.

 

이 세상에 온 것도 바람처럼 온다고

이 육신을 버리는 것도 바람처럼

사라지는 거야.

 

가을바람 불어 곱게 물든 잎들을 떨어 뜨리 듯

덧없는 바람 불어 모든 사연을 공허하게 하지.

어차피 바람일 뿐인 걸

 

굳이 무얼 아파하며 번민하리

결국 잡히지 않는 게 삶인 걸

애써 무얼 집착하리

다 바람인거야.

 

그러나 바람 그 자체는 늘 신선하지

상큼하고 새큼한 새벽바람 맞으며

바람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바람처럼 살다 가는 게 좋아.

 

 

--- 묵연스님 ---